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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혁신적 창조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5.07.1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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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가장 창조적인 화가로 손꼽히는 사람이 ‘파블로 피카소’다. 그는 일평생 1만 3,500여 점의 그림과 700여 점의 조각품을 창작했다. 그의 작품 수를 전부 합치면 2만여 점이 된다. 91살까지 살며 노년까지도 예술혼을 불태웠던 위대한 아티스트라곤 하지만, 어떻게 그토록 많은 작품을 창조해낼 수 있었을까. 그의 무궁무진한 창조력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예술 작품 말고도 꽤 많은 명언을 후세에 남겼다. 그의 다작 능력의 열쇠가 된 명언이 바로 “유능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는 말이 아닐지 싶다. 그의 이 명언은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으며 인류가 오랜 세월을 통해 만들어놓은 최고의 것을 자신의 작품에 접목할 필요가 있다는 충고로도 해석할 수 있다.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는 피카소의 명언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몸소 실천한 대표적 인물이 애플의 스티브잡스다. 사실 세계 최초로 컴퓨터 마우스를 개발한 회사는 제록스였다. 그러나 마우스를 상업화해서 돈을 번 회사는 애플이다. 태블릿PC나 스마트폰도 엄밀히 말하면 스티브잡스가 처음 만든 것은 아니었다. 경쟁자들은 “그가 창조해낸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애플의 신제품은 대부분 다른 회사의 기술을 훔쳤을 뿐”이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사실 상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피카소의 말처럼 스티브잡스는 다른 회사의 기술을 훔치는 단순한 모방에 그치지 않았다. 창조와 혁신으로 그저그런 제품이 될 가능성이 농후했던 것들을 전세계 누구나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가 막한 발명품으로 재창조해낸 것이다.
시대를 좀 더 거슬러 올라가보자. 백열전구를 만든 에디슨도 스티브잡스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에 앞서 윌리엄 소여같은 사람이 이미 백열전구를 고안했기 때문이다. 에디슨은 이미 개발된 기술에 자신의 연구를 보태 상업화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에디슨은 “나의 발명은 나보다 먼저 고안한 사람이 멈추고 떠난 그 자리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수천번의 실패를 딛고, 성공을 위한 과정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던 에디슨도 혁신과 창의의 리더라 할 만하다.
게임업계에는 오랜 기간 크고 작은 표절 시비로 시끄러웠다. 법적 문제로 비화되기 일쑤였지만, 그렇다고 누가 봐도 인정할 수 있는 명확한 매듭이 지어진 적도 별로 없다. 표절에 관한 모호한 기준과 이기심에서 비롯된 경쟁사 헐뜯기에 혈안이 됐던 게 현실이다. 물론 습자지에 본을 뜬 듯한 그림이나 프로그램 소스를 그대로 옮겨쓴 것들은 명백한 위법행위다. 그러나 게임의 진행 방식이나 시스템 등에 관해서는 누구도 표절을 운운할 수 없는 것이다. 
피카소의 말을 곡해해서는 안된다. 그는 위대한 아이디어를 훔치는 것에 전혀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았다고 했다. 이는 낯이 두꺼운 게 아니고 단순한 모방은 하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모방에서 그치지 말고 핵심을 잘 파악해 자신만의 것으로 흡수하라는 속 깊은 충고인 셈이다. 그는 스승인 마티스의 아프리카 조각상을 보고 큰 깨달음을 얻는다. 이후 피카소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창조했다.
사실 피카소가 경계한 것은 자기 모방이었다고 한다. 그는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것보다 위험한 것이 자기 모방이라고 했다. 이는 종국에 가서는 자기 고갈의 결과를 낳는다고 경고했다. 피카소의 교훈은 전략적인 벤치마킹을 하라는 말로 받아들일 수 있다. 창조라는 행위는 우연히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명인의 반열에 오른 이의 것을 훔쳐 자신의 것으로 만들라는 말이다. 표절에 함몰돼 헛된 시간만 보기내 보다는 혁신적 창조가 게임산업의 발전을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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