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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엠파시 게임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5.01.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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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 속에서 엔돌핀이 생성되면, 이 호르몬은 통증의 해소는 물론 암도 치료한다는 효과가 있다는 건 꽤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엔돌핀의 4천배의 효과가 있다는 다이돌핀의 존재가 세상에 발표되자 사람들은 이 호르몬에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몸 속에서 다이돌핀이 분비되는 것일까.
의학계에 따르면, 무엇인가에 감동받았을 때, 다이돌핀이 분비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예를 들면, 아름다운 풍경에 압도됐을 때, 좋은 음악을 들었을 때,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진리를 깨달았을 때, 엄청난 사랑에 빠졌을 때 신비의 호르몬 ‘다이돌핀’이 분비된다고 한다. 이 호르몬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 강하고 긍정적인 작용을 일으켜 암이나 여타 다른 병의 인자를 공격해 기적을 일으키기도 한다. 감동의 눈물은 곧 치유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북미에서는 ‘엠파시(Empathy)게임’이라 불리는 작품들이 주목받고 있다. 인디게임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개발자들의 자유로운 발상과 테마를 가진 타이틀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출현한 산물이 ‘엠파시 게임’이다.
엠파시(Empathy)는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심리학자 ‘에드워드 티체나’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에 만들어 낸 용어로 알려져 있다. 굳이 번역하면 ‘공감’이나 ‘감정이입’, 즉 ‘다른 사람의 감정을 느끼는 능력’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엠파시 게임은 롤플레잉 게임이나 어드벤처 게임과 같은 장르명은 아니지만, 역사 게임이나 교육 게임 등 정도의 하위 카테고리에 포함된다. 북미 게임계에서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는 엠파시 게임은 질병이나 자살, 차별 또는 중독, 절망 등 인간의 본질에 관한 테마가 주를 이룬다. 거기에 동반되는 것이 ‘감동’이란 키워드다.
사실 플레이어가 작품 속에 감정을 이입하는 ‘감동, 감격 게임’류는 과거 일본 작품에서 종종 볼 수 있었다. 파이널판타지7의 여주인공 에어리스가 죽는 장면에서 수많은 플레이어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이코’나 ‘로스트오딧세이’와 같이 감정에 호소하는 작품들이 주목받기도 했다. 북미 게임 중에도 엠파시류로 분류되기는 어렵지만, 드라마틱한 스토리와 연출로 플레이어를 감동시킨 작품이 그간 상당수 출시됐고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최근 북미 시장에서 주목받는 게임은 ‘댓 드래곤, 캔서(That Dragon, Cancer)’란 작품으로 플레이어는 말기암으로 투병하는 어린 아들 조엘의 아버지가 되어 게임을 시작한다. 1인칭 시점으로 대화를 통해 항암제 투약이나 치료 등의 선택지를 골라가며 스토리를 진행한다. 플레이어는 암이란 병이 무엇인지, 죽음이 무엇인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 아들과 시간을 보낸다. 병원의 이곳저곳을 함께 산책하기도 하고, 인적이 드문 곳에서는 아들의 쾌유를 위해 홀로 기도를 하기도 한다. 살아있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의 괴로운 심경을 게임을 통해 절절하게 느끼게 된다. 이 게임은 프로그래머인 라이언 씨와 아티스트인 에이미 씨 부부의 실제 체험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그들은 말기암 선고를 받고 아들의 치료를 위해 보냈던 4년간의 가슴 아픈 경험을 게임화했다고 한다. 플레이어는 이 게임을 통해, 자식을 향한 부모의 절절한 사랑을 온몸으로 느낀다. 그리고 깊은 감동에 빠진다.  
세상을 살면서 감동에 젖을 만한 일이 그리 흔치 않은 게 현대인의 삶이다. 매일 듣게 되는 소식이라곤 우울하게 만드는 이야기들뿐, 감동을 받을 만한 미담은 가뭄에 콩 나듯 한다. 게임을 통해 무엇인가를 배우는 교육용 게임도 물론 나쁘지 않다. 그러나 현대인은 감동에 목말라 있다. 게임을 통해 위로 받을 수 있고 감동의 눈물을 흘릴 수 있다면, 게임을 바라보는 사회의 부정적 시각이란 말이 과연 나올 수 있을까. 엠파시 게임. 우리 업계의 위상을 바꿔놓을 솔로몬의 지혜가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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