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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재주만 부리는 곰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4.09.1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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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5일 게임전문 생방송 사이트 ‘트위치’가 아마존닷컴에 약 1조원에 인수됐다.
이런 특이한 서비스가 낳은 새로운 직업군이 일명 ‘브로드캐스터’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들은 게임을 좋아하는 일반인일 뿐이다. 트위치의 7월 한달간 데이터를 보면, 약 100만명의 브로드캐스터가 2.5억 시간 분량의 동영상 콘텐츠를 생산해 5,500만명의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제공했다고 한다. 그들은 게임을 잘 하는 사람들의 기술을 연구하거나 게임을 공략하고, 때로는 게임 구입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명쾌한 추천도 해준다. ‘리그 오브 레전드’, ‘도타2’, ‘카운터스트라이크’처럼 대규모 대회가 열리는 게임뿐 아니라, ‘포켓몬스터’나 ‘마인크래프트’를 비롯해 ‘클래시 오브 클랜’같은 모바일게임의 플레이 동영상을 실황 중계한다. ‘아키에이지’, ‘아이온’, ‘엘소드’같은 국산 온라인게임들도 비록 시청자수는 적지만 방송되고 있다.
트위치에 브로드캐스터가 있다면, 구글 산하의 글로벌 동영상 포털 ‘유튜브’에는 ‘유튜버’라고 하는 영상 게시자들이 있다. 트위치보다 몇년은 앞서 탄생한 이곳에도 게임 영상의 달인들이 즐비하다. 올해 24세의 스웨덴 출신 펠릭스 씨는 그의 채널에 가입한 전세계 시청자만 3,000만명에 달한다. 더 놀라운 것은 그의 채널에서 돌아가는 광고만으로 연간 40억원 가까운 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을 모르는 사람이 그의 방송을 본다면, ‘정신 이상자’쯤으로 생각될 만큼 이상한 괴성과 스웨덴 속어를 사용해 영상에 추임새를 넣는다.  
그러나 게이머의 눈에는 그의 오버스러운 괴성마저도 게임 공략의 최신 정보이고 키포인트가 되는 것이다. 펠릭스 씨가 지난 5년간 해설을 곁들여 공개한 게임 영상은 2,000개가 넘고, 누적 재생수는 무려 57억회에 달하고 있으니, 어지간한 방송사가 부럽지 않을만큼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유튜브에선 게임대통령쯤으로 인식되는 그는 2012년말에 매니지먼트를 전담해주는 회사와 계약을 맺고, 비싸기로 유명한 런던의 저택 겸 사무실에서 하루종일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영상을 올리고 있다. 몇달전 극도의 몰입감으로 화제가 된 베트남 게임 ‘플래피버드’가 인기를 모은 이유도, 그가 리뷰 영상에서 무수히 실패하는 것을 시청한 게이머들이 너나없이 도전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 들릴 정도다. 최근에는 EA의 스케이트보드 게임 ‘스케이트3’의 영상을 시리즈물로 제작해 한 편당 1,200만회의 다시보기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2010년에 출시된 ‘스케이트3’는 펠릭스 씨의 노고(?)에 힘입어, 인기가 재점화돼 게임 판매점에서 다시 유통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대목에서 한가지 아쉬운 생각이 든다. 엄밀히 말하면 게임 동영상 실황의 선두주자는 누가 뭐래도 한국의 ‘아프리카TV’가 아닌가. 브로드캐스터나 유튜버 못지 않은 실력파 BJ들은 이미 국내 청소년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BJ와 시청자가 실시간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며, 선물을 주고 받는 수익모델도 그들에 비해 한참 앞서 있다.
과거 싸이월드가 한국에서 광풍을 몰아치고 난 후에 거의 유사한 목적과 구조를 가진 ‘페이스북’이 지금 지구촌 사이버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수입은 주인이 챙긴다는 말처럼, 최첨단 IT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우리는 항상 ‘재주만 넘는 곰’이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다행스럽게 아프리카TV도 점차 그 서비스 영역을 넓히며 글로벌화하고 있다는 낭보가 들린다. 토종 동영상 서비스 ‘아프리카TV’가 유튜브, 트위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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