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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멀리 보는 비즈니스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4.02.1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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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는 망해도 삼대를 간다는 옛말이 무색할 정도다. 1889년에 설립됐으니 벌써 125년이나 된 회사다. 창립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게임왕국 닌텐도가 지난달말 향후 경영방침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잔뜩 긴장한 참석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닌텐도의 ‘건강 분야 진출’이었다. 그들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다른 산업의 대기업들도 위기 때마다 외치는 그런 뻔한 신사업 테마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그것들과는 엄연히 궤를 달리한다.

연단에 오른 이와타 사장은 닌텐도가 오래도록 지켜온 기조인 ‘자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세상 모든 이들을 미소 짓게 만든다’는 주제를 다시 한번 주지시켰다. 닌텐도가 구상하는 엔터테인먼트(오락)라는 개념을 확대해 인간의 삶의 질을 보다 향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그 일환으로 게임과는 다른 플랫폼의 전개를 시작하고, 그 첫번째 테마를 ‘건강’으로 잡아 신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이와타 사장은 강조했다.
닌텐도다운 사고(思考)에서 무엇인가 기발한 발상이 나올 것같은 예감이 드는 대목이다. 언제나처럼 닌텐도가 강조하는 새로운 플랫폼은 지금까지 시장에 나온 제품이나 서비스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독창적인 접근이 예상된다. 닌텐도Wii가 처음 나왔을 때, 블루오션 전략을 펼쳤듯이 그들의 이번 구상도 ‘새로운 블루오션의 전개’일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오큘러스나 구글글래스가 시장의 대세처럼 보이는 이 시기에 과감하게 논웨어러블을 선언했다. 말하자면 굳이 장치를 착용할 필요가 없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일체화된 플랫폼을 가지고 사업을 해보겠다는 것이다. 파격적 선언이지만, 닌텐도라면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닐 듯하다. 야마우치히로시 전 사장은 생전에 “닌텐도는 우리가 생각하고 창조한 길을 걸어간다. 시장에 영향을 받거나 다른 기업의 움직임에 좌지우지되는 사업은 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닌텐도는 태풍이 불어도 비바람이 몰아쳐도 자신들의 길을 걷는다는 고집스러운 회사다.

이와타 사장은 사용자가 지속적으로 건강을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그간 게임기업으로서 축적해온 노하우를 최대한 발휘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닌텐도DS에서 크게 인기를 모은 ‘두뇌트레이닝’이나 ‘Wii Fit’ 등 학습의 경험을 재미로 녹여내, 지루함 없이 숙지시키는 데 성공한 선례를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다. 특히나 이는 최근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게이미피케이션과도 일맥상통한다.

일본의 저명한 게임 저널리스트인 히라바야시 씨는 “과거에는 모든 것들이 동력으로 활용됐고, 현시대는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고 있다. 동력은 이동이나 운반이 어려운 문제점을 해결했고, 디지털은 기억과 정보 전달의 어려움을 해결해줬다. 마찬가지 관점에서, 모든 것이 엔터테인먼트화되어 가는 미래에 건강과 학습의 어려움을 엔터테인먼트가 해결하는 미래를 닌텐도가 열어준다면, 인간의 삶의 질은 놀랍게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닌텐도가 스마트폰용 게임을 만들지 않겠다고 해서, 미래 전망이 어둡다고 운운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가치 있는 비즈니스를 닌텐도는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기업이든 단기적인 실적에 쫓겨 당장 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미봉책일 뿐이다. 그런 측면에서 닌텐도의 더 멀리 보는 비즈니스로의 도전은 높게 평가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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