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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게임적 공부법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3.10.3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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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병, 중3병… 이게 요즘 아이들이 독하게 앓고 있는 불치(?)의 질환이다. 별다른 꿈도 희망도 없이, 정해진 학교, 집, 학원을 기계적으로 오가며, 그냥 물 흐르듯이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그들의 무기력한 생활 속에 한줄기 빛과 같은 것이 있다면, 바로 게임이다. 대부분 그 또래들은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를 즐긴다. 무표정한 얼굴의 녀석들은 친구와 모여서 시원하게 롤(LoL) 한판을 즐기고나면 생기가 돈다.
 부모 입장에서 녀석들의 그런 행태를 보면 속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실은 나도 그런 속 터지는 부류 중 하나다. 게임에 푹 빠져있다고 해서, 비행을 저지르는 속칭 양아치(?)과는 아니다. 그저 삶이 무의미한 아이들의 유일한 해방구가 게임인 것이다. 물론 음악이나 운동, 독서 등에 취미를 갖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뼈속까지 디지털로 무장한 요즘 애들에게 아날로그적 감성의 취미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더욱이 나는 게임업계에서 20년 가까이 살아온 터라, 아들에게 게임을 하지 말라고 말할 처지는 못된다. 하고 싶은 게임은 하되, 생활의 활력소가 될 만큼만 즐기라고 말하는 게, 내 자신과 타협한 적당한 함량의 주문서일 뿐이다. 

어떤 게임이나 그렇겠지만, 혼자서 즐기는 것 보다는 PC방에서 친구들과 함께 하면 즐거움이 배가되기 마련이다. 특히나 떼거리로 하는 걸 좋아하는 한국인의 국민성은 자연스레 아이들을 PC방으로 뭉치게 만든다. 얼마 전부터 아들녀석이 학원을 슬슬 빠지면서 PC방에서 롤을 즐긴다. 고민 끝에, 집에서 하루에 일정 시간 즐기는 쪽으로 겨우 타협점을 찾았다.
게임할 때가 가장 행복한 녀석인지라 ‘집에서 롤을 플레이한다’는 조건은 어떤 보상보다도 잘 먹혀드는 듯하다. 그러면서 문뜩 생각 난 것이 ‘게임적인 생활’이다. 
몇년 전 일본의 어느 IT기업에서는 직원들에게 ‘회사의 업무’를 게임하듯이, 매출 퀘스트를 올리면 상여금(보상)을 지급하는 식으로 ‘게임적 경영’ 방식을 도입해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게임에서 주인공 캐릭터에게는 언제나 시련을 닥치고, 미션 클리어를 위해 악전고투하는 상황이 주기적으로 펼쳐진다. 만일 중간고사라는 중대한 미션을 앞두고, 각 과목을 하나의 작은 퀘스트로 해결해나가는 식으로 풀어간다면, 시험 공부가 그렇게 지겹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물론 학교 선생님들이 들으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할 지도 모르겠다.
 게임에서는 난이도별로 스테이지 선택이 자유롭게 가능하다. 그러나 공부는 학년이 올라갈 수록 자신이 감당하지 못하는 난이도라도 어거지로 따라가야 한다. 중간고사를 망쳤다면, 그 시험을 다시 볼 수는 없다. 물론 기말고사에서 더 성적을 올릴 수는 있다.

그러나 게임에서는 그 스테이지 클리어에 실패했다면, 다시 한번 도전할 기회가 주어진다. 게임에서의 실패는 진정한 성공의 어머니가 된다. 실패를 두려워해서 게임을 하지 않는 아이들은 없다. 실패할수록 더욱 기발한 요령이 생기고 어려운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어 성공 확률은 높아지기 때문이다.
 공부와 진학에도 이 길이 아니면 다른 방향으로의 선회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기존의 우리 교육 환경은 한번 실패하면, 더 이상의 기회는 없는 듯이 재도전의 가능성을 묵살해버리기 일쑤다. 게임과 학습의 접목은 지금까지 여러차례 시도됐지만 그다지 눈에 띄는 효과를 본 적은 없다. 공부와 게임은 영원히 합치될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보이는 게 현재로써는 당연하다.
그렇지만 ‘게임적인 공부법’이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폭넓은 연구가 이뤄진다면, 게임은 머지않은 미래에 지금보다 더 각광받는 산업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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