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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레인보우식스와 톰 아저씨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3.10.11 15:56
  • 수정 2013.10.1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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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적부터 군인이 되고 싶었다. 그 때문에 동화책 대신 밀리터리 서적과 군사 기술에 관한 책에 푹 빠져 살았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후, 군대에 자원했지만, 시력이 너무 나빴던 이유로 꿈을 포기해야만 했다.
생계를 위해 보험 외판원으로 일하면서, 군인 대신 밀리터리 작가를 꿈꾸며 틈틈이 소설을 썼다. 서른일곱살이 되던 해, 드디어 꿈에 그리던 작가로 데뷔했다.
1980년대 동서 냉전의 시대에서 미국의 우위가 확실시되던 때, 그는 이전까지는 소재로 다뤄지지 않았던 구축함을 테마로 한 ‘붉은 10월’이란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다. 1984년 출간된 이 작품은 당시 스웨덴으로 망명을 시도했던 소련의 미사일 구축함 ‘스토로제보이(Storozhevoy)’호에서 일어난 선상 반란에 관한 신문기사가 모티브가 됐다고 한다. 냉전 시대의 군비 경쟁에 화두가 된 구축함이라는 철저히 베일에 쌓인 무기를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낸 군사 첩보물은 이전에는 본 적조차 없던 것이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우연히 ‘붉은 10월’을 받은 당시 레이건 대통령은 밤새도록 책을 읽고나서 "이 책의 스토리는 완벽하다. 나는 이 책을 읽느라 밤잠을 설쳤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한 마디로 인해 ‘붉은 10월’은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갔고, 그는 순식간에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붉은 10월’로 과학기술을 소재로 한 추리소설인 ‘테크노스릴러’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거장으로 이름을 드높였다. 그는 이후에도 ‘패트리어트 게임’ 등 현대 군사 정세를 테마로 한 다양한 작품을 남겼고, 총 17권의 저서가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으며 전세계적으로 1억부 이상 판매됐다.
그 밀리터리 소설의 대부격인 그가 바로 우리 게이머들에게도 익숙한 ‘톰클랜시’다. 그가 지난 10월 1일, 향년 66세의 나이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톰클랜시는 최첨단 무기의 성능을 파악하기 위해 언제나 전문가들을 인터뷰했고, 직접 군대의 수뇌부를 찾아가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해박한 밀리터리 지식에 철저한 고증을 통해 창조된 그의 작품은 군인들과 사관생도들의 필독서가 되기도 했다.

그는 1995년에는 ‘적과 동지’라는 작품을 통해서, 정부 중요 건물에 적군의 제트기가 충돌한다는 묘사를 하는 등 일찌감치 테러와 전쟁과 9.11 사태를 예측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미국의 군수뇌부들과도 격의 없이 대할 정도로 최고의 군사 전문가로 인정받은 톰클랜시는 최상의 보안 시스템을 자랑하는 펜타곤에서도 출입증 없이 드나드는 일반인으로도 유명세를 떨치곤 했다.
 그는 게임에 대한 이해가 넓고 깊은 작가로도 유명했다. 1998년에는 그의 작품에서 친숙한 주인공 잭라이언이 등장하는 ‘톰클랜시의 레인보우 식스’가 출시돼, 실제 전술을 게임에 도입한 ‘택티컬 슈팅’이라는 분야를 처음으로 개척하기도 했다. 레인보우 식스는 특히나 1990년말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며, 게이머들을 PC방으로 운집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한 작품이다.

그 후에도 톰클랜시는 고스트리콘, 스프린터 셀, 엔드워, 호크 등 인기 시리즈를 잇달아 발매해 호평을 받았으며, 내년에는 차세대 게임기용으로 ‘톰클랜시의 더 디비전’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소설로 그의 유작이 된 ‘커맨드 오소리티’는 12월 미국에서 출간 예정이며,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그의 원작을 영화화한 ‘잭 라이언 : 셰도우 원’의 개봉도 앞두고 있다.
톰클랜시의 저작권을 관리하던 유비소프트엔터테인먼트 측은 공식 페이스북에 “다양한 프로젝트에 협력하면서 톰클랜시에게 많은 것을 배운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의 이름을 내세운 작품을 통해 앞으로도 그 명성에 해가 되지 않도록 계승 발전시키겠습니다”라며 깊은 조의를 표했다.
사람은 가도 명작은 오래 남는 법. 문학과 게임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밀리터리 콘텐츠의 거장 톰클랜시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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