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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만화와 작별하는 게임업계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2.07.1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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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할건 인정하자. 우리는 나이가 들었다. 비록 마음은 여전히 불타오를지 모르나 몸은 어딘가 아픈 나이가 되지 않았는가. 며칠 밤을 새워 게임을 하던 체력은 오간곳 없고 12시가 넘으면 신데렐라라도 된 양 몸이 자동으로 반응해 손에서 키보드와 마우스, 혹은 게임 패드를 놓아야 하는 나이가 되지 않았는가. 별수 없다. 그것이 자연의 법칙 아닌가.  

지나온 세월만큼이나 사고방식도 많이 변한 듯 하다. 게임사들도 이를 서서히 인정하는 분위기다. 평생동안 이팔청춘 소년을 주인공으로 성장 스토리를 써 내려갈 것 같던 게임사들도 이제 느낌이 다르다. 칼하나 꼬나들고 세상을 향해 덤비던 주인공들은 이제 보기 어렵다.

그 대신 빈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전혀 다른 주인공들이다. 

‘용과 같이7’에서 주인공은 백수다. 감옥에 들어갔다 나온 다음에 땡전 한푼 없다. 거지로서 삶을 시작하면서 동전을 모른다. 그러다 어느날 자기 몸 누울 방 한칸을 마련한 다음에 행복에 겨워하는 식이다. 

기존 영웅들도 뭔가 다르다. 평생 신들을 도륙하며 살것만 같았던 ‘갓 오브 워’ 크레토스는 애 딸린 아버지가 됐다. 신들을 도륙하는 직업(?)은 그대로이나,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고난(?)이 뒤따르게 됐다.

성장 드라마도 모습이 살짝 다르다. 최근 등장하는 게임들은 아예 팬티 바람으로 시작한다. 손에 가진것이라고는 도끼 한자루다. 이런 식으로 게임을 시작해 나무를 캐고, 사냥을해 먹을 것을 마련하고, 집을 짓는다. 세상을 구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라 아예 관심이 없다. 그저 집을 가꾸고 재산을 축적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팬티 바람으로 와서 집 한 채는 지었으니 된 것 아닌가.

좀처럼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소년만화 게임들 조차 변하기 시작한다. 오는 7월 말 발매 예정인 ‘디지몬 서바이버’도 뭔가 다르다. 1990년대를 풍미하던 소년 만화지만 약 30년이 지난 지금에는 어두운 세계를 다룬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싸우다 죽는다거나, 주인을 잃어버린 디지몬이 폭주하는 것과 같은 설정들이 게임상에 녹아 있다. 밝고 행복할 것 같았던 만화속 세계조차도 게임속에서 어둡고 침울하며, 끔찍한 세계로 표현된다.

게이머들도 성인이 되고 점차 나이가 들었고 이는 개발사도 마찬가지다. 달라진 게이머들을 위해 다른 게임을 만들어 내는 추세다. 더 새로운 것, 더 재미있는 것을 추구하면서 나온 변화로 보인다. 이를 즐기는 게이머들도 만족하는 추세니 이 현상은 좀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 다양한 주인공이, 더 다양한 세계들이 나와 게이머들을 만족케 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 같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한번쯤은 과거를 돌이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칼한자루들고 세상을 구하는데서부터 출발했다. 그렇기에 지금 팬티 바람으로 도끼를 쥐어줄 수 있는 시대까지 왔다. 그렇다고 해서 칼한자루로 세상을 구했던 게임들이 결코 폄하되서는 안될 일일 것이다. 쌓아온 세월을 축하하고 그 다음으로 전진하는 우리를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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