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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 분담 없는 MMORPG 

  • 김상현 aaa@khplus.kr
  • 입력 2022.06.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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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웹툰 트렌드를 보면, 무협과 먼치킨(매우 강력한 캐릭터)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말도 안되는 힘을 가진 주인공이 한 번에 수백 명의 적을 쓰러트리는 모습을 보면서 독자들이 희열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된다. 역경과 고난 등을 다 이겨내면서 강해지는 스토리에 대해서는 진부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국산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대부분이 먼치킨 캐릭터 육성이 가능하다. 탱커, 딜러, 힐러 등 다양한 직업을 선택할 수 있지만 캐릭터 육성에 따라서 혼자서 탱커, 딜러 등의 역할을 한 번에 수행할 수 있다. 

이는 PvP(Player vs Player)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MMORPG 직업들은 서로 간의 상성을 갖게 된다. 예를 들어 원거리 딜러는 마법사에게 강하고, 탱커에게는 약한 반면, 마법사는 탱커에게 강하다. 이에 직업 간의 상성과 밸런스가 MMORPG에서는 매우 중요하고, 이는 유저 간 협업의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모바일 MMORPG에서는 이런 상성을 가볍게 무시하는 캐릭터 육성이 가능하다. 

많은 돈을 투자해서 좋은 장비를 뽑고, 빠르게 레벨업을 하면, 캐릭터 간의 상성을 무시할뿐만 아니라, 다수의 적들과의 전투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 보스 레이드를 할 때, 직업 간의 특징이 보인다고 말하는 이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모바일 MMORPG에서 보스 몬스터 레이드는 그냥 수 많은 유저가 보스 몬스터를 둘러싸고 딜만 하면 끝이다. 전략과 전술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많은 먼치킨 캐릭터가 있는가가 더욱 중요하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한국에 출시됐을 때, 모든 유저들이 환호했던 이유는 직업 간의  상성과 밸런스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각 직업 간의 캐릭터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보스 레이드를 진행했고, 전장에서도 직접 자신이 콘트롤하는 재미로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것이 사실이다. 

모바일 MMORPG의 경우, PC에 비해서 조작이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렇다 보니, 자동사냥이 필수가 됐고, 아이템을 맞추고 레벨업을 하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즐거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캐릭터 간의 상성을 무시할 수 있는 P2W(Pay to Win)이 국산 MMORPG를 지배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부 인플루언서들이 국산 MMORPG가 나올 때마다, 또 비슷한 양산형 게임이 나왔다고 리뷰를 진행하면서 악평을 서슴치 않고 있다. 모바일 플랫폼이라는 변명도 통하지 않을 것 같다. 이미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모바일 버전과 동시에 PC에서도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산 MMORPG의 위세가 많이 떨어졌다. 온라인게임 강국이라는 타이틀은 이미 중국에게 뺏긴지 오래다. 더 이상 양산형 모바일 MMORPG는 그만 나왔으면 하는 것은 비단 기자의 바람뿐만은 아닐 것이다. 

계속 강조하고 있는 것이지만, 유저풀만 확보된다면 그리고 이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자신이 있다면 비즈니스모델을 다양화할 수 있다. 확률형 아이템 뽑기를 탈피할 수 있다는 것이 기자의 판단이다. 

아직 과금 유저층이 30~50대에 몰려 있지만, 결국 게임사들은 미래 고객을 생각하지 않을 수 밖에 없다. 이들이 과연 양산형 모바일 MMORPG를 좋아할까. 먼치킨은 웹툰으로 충분하다. 역할 분담이 있는 진짜 MMORPG 플레이가 그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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