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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튜토리얼의 의미, 다시 생각해야 할 때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2.05.2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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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을 켜고 마우스와 키보드를 부여 잡는다. 새로운 게임을 설치할 때면 항상 묘한 기분이 엄습한다. 어딜 가도 낯설다. 뭘 해도 낯설다. 처음 보는 공간,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그것도 잠시 단 몇 분이면 서서히 마법이 시작 된다. 낯선 공간이었던 이 곳은 어느새 친숙한 공간이 되고, 도저히 외우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던 지역은 내 집 드나들 듯 드나든다. 단 몇 시간 만에 가상 세계 주민이 돼서 새로운 삶이 시작 된다. 이렇듯 게임의 매력은 가상의 세계로 모험을 떠나는 데 있는 것 같다. 

엄밀히 말하면 새로운 시작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흔히 게임을 구매해 다운로드 받거나,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으면 그것이 시작이라고 착각하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게임에 들어 간 뒤에 비로소 제대로된 시작이다. 

유저들에게는 새로운 모험이 기다린다. 처음 보는 세상이, 처음 보는 아이템들이, 처음 보는 장소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이를 ‘친숙한 것’으로 바꾸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장시간동안 적응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 ‘부담감’과 ‘스트레스’는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때문에 이를 돕는 역할로 소위 ‘튜토리얼’이 존재한다. 유저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안내하고  보다 빠르게 새로운 세상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드는 역할. 소위 ‘낯가림’을 해소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튜토리얼’일 터다. 

그러나 요즘 게임들은 이 ‘튜토리얼’을 ‘기능 안내’쯤으로 생각하는 듯 하다. 화면상에 놓인 버튼들을 설명하고, 누르면, 다음으로 진행하기에 바쁘다. 게임 좀 해본 사람들이라면 몇 초면 이해할 내용들을 번거롭게 따라하고, 반복하는 과정을 계속 하다 보니 있으니만 못한 콘텐츠다. 당장 스킵 버튼부터 찾고 싶은 마음에 굴뚝 같다. 

내용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대부분 게임은 일종의 ‘안내자’가 등장해 나를 돕는다고 한다. 아무리봐도 처음 보는 얼굴인데 난데 없이 튀어나와 ‘친구’나 ‘정령’이라고 떠들면 정이 붙을 리가 없다. 두 사람이 진짜 친구가 될만한 단계를 밟고 나서야 진짜 친구이고, 내 집이라고 할만한 이야기가 나와야 집이 되고, 고향이 될 터인데 이를 고려조차 하지 않는다.

그저 가능한 한 빨리 칼을 쥐어주고, 가능한 한 빨리 전투를 하게 만들고, 가능한 한 빨리 뭔가를 벌게 만들려고 안달이 나 있는 듯 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게임의 이야기나, 캐릭터나, 주인공 따위는 염두에 둘 시간 조차 없다. 그저 무기가 몇 성인지, 스킬이 몇 성인지가 중요하다. 즉, 수치적 목표점을 제시하는 행동에 급급하다보니 정작 중요한 부분들을 잃어 가는 것으로 보인다. 

다년간 우리 게임사들은 이 같은 고민을 해왔다. 이를 해결하고자 유저들의 스트레스를 숫자로 표현하고, 변곡점을 잡고 이를 이탈로 처리하고, 수치를 높이고 낮추는 방법으로 해결하며 이를 합리적이라 표현했다. 25년 만에, ‘숫자’로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 봉착한 지금이야 말로 처음부터 되돌아가야 할 때다. ‘튜토리얼’부터 차근차근 다시 단추를 꿰어 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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