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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통해 옛 연인 되찾은 윤정민-김미연 커플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5.10.0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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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사랑을 싣고 오더군요”
옛 친구들과의 만남은 아련한 추억이라는 주재료에, 과거에 대한 감미로움이라는 양념과 반가움이라는 접시를 타고 상봉의 기쁨은 최고조에 달하기 십상. 옛 친구도 이러할 진데 헤어졌던 연인이라면 구태여 말할 필요조차 없을 터. 이토록 먹음직스러운 요리에 필연적 우연성이라는 향신료를 더하며 또다시 사랑 키우기에 여념이 없는 한 게임 커플을 만나봤다.

“정말 놀라웠죠. 이런 우연이 다 있나 싶었으니까요. 뭐 지금은 운명이라고 믿어요.” 지난 8월 9일 온라인 게임 ‘리니지2’를 통해 옛 연인을 만나게 됐다는 윤정민(26, 학생, 대구)씨. 파티 플레이가 중심인 게임 시스템상 그는 효율적인 레벨 업을 위해 파티를 구성하기에 이른다. 이때 ‘짱긔연미여니’라는 유저를 만나게 된 정민씨. 아이디에서 옛 연인을 떠올리지만, ‘설마’라는 생각이 앞섰기에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

김미연(24, 학생, 대구)씨 역시 ‘mini’라는 아이디의 윤정민씨를 만나게 됐지만 예전 자신의 연인일 것이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아이디를 보면서 잠시 정민오빠가 떠오르긴 했죠. 하지만 민이라는 이름을 가진 분들이 많을뿐더러, 예전부터 게임을 좋아하지 않았던 것을 알고 있는데 어찌 그런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어요. 그런데 진짜 정민오빠일 줄이야(웃음).”

함께 게임을 즐긴 뒤, 미연씨는 특유의 입담으로 분위기를 한껏 부풀리며 즐거운 분위기를 연출한 정민씨에게, 그리고 정민씨는 깔끔한 매너플레이를 펼친 미연씨에게 서로 호감을 갖게 되기에 이른다. 친구를 등록하고 함께 사냥하길 수일.

“솔직히 여자 아이디였기에 호감이 더했죠. 제가 친하게 지내자며 소개를 부탁했는데 처음에는 안 밝히더군요.” 윤정민씨의 말이 이어진다. “오기가 샘솟더라고요. 그래서 며칠을 두고 집요하게 공략했어요. 사실 나이가 궁금했거든요. 혹시 아줌마일 수도 있었으니까요(웃음).”

며칠 간의 노력으로 이름과 거주지 등 신상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이와 동시에, 정민씨는 순간 해야 할 말을 잊을 수 밖에 없었다. 바로 과거 헤어졌던 연인임을 확인한 까닭이다.
“갑자기 말을 않더라고요. 기껏 물어보고 답변이 없어, 저보다 어려서 그런가보다 생각했죠.”

미연씨의 이러한 생각과는 달리 당시 정민씨는 만감이 교차했다. “솔직히 저라고 밝혀야할지, 말아야할지 한참을 고민했죠. 과거에 헤어진 연인이지만 사실 다시 시작하고 싶었거든요. 휴대폰 번호를 바꿔버려 연락할 길도 없고 해서 포기하고 있었지만, 다시 시작할 마음이 적지 않았거든요.”

한참을 망설인 끝에 ‘미연아 오랜만이다’라는 말을 시작으로 자신을 밝힌 정민씨. 이번에는 미연씨가 할 말을 잊었다. 수분이 흐른 뒤에야 ‘잘 지냈어?’라고 겨우 반문할 수 있었다나. 실상 미연씨 역시 정민씨에 대한 감정이 남아있던 터라 이후 둘의 관계는 초고속 전철마냥, 급속히 진전되기에 이른다.

“게임을 통해 만난 덕분인지, 게임 속에서의 데이트도 자주 즐기고 있거든요. 같은 취미를 공유한다는 게 이렇게 행복한 일인 줄 과거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죠. 게임을 시작한 것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아요.”

이제는 게임을 통해 사랑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윤정민, 김미연씨 커플. 아예 혈맹을 창설하고, 함께 군주와 부군주 역할을 수행하기에 이르렀다. 필연이었다는 생각에 다시는 헤어지지 않겠다고 말하는 이들. 이들을 통해 ‘유희 창조’와 ‘스트레스 해소’에 국한됐던 게임의 또다른 순기능을 발견했다고 한다면 너무 큰 비약일까. 한번쯤 되짚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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