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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농사의 유사성 찾기 나선 농부 이민영씨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5.09.2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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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든 현실이든 뿌린 대로 거두긴 매한가지”
단순 유희로 대변되던 온라인게임이 점차 사회성을 내포하기 시작했다. 게임 캐릭터는 온라인상의 또다른 나로 인식되기에 이르렀고, 가끔은 현실보다 더 현실다운 모습을 담아낼 때도 있다. 이처럼 현실과 온라인게임의 경계선이 점차 무너지는 과정에서 어느덧 이를 찾아내는 재미에 푸욱 빠진 유저들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온라인게임은 이제 단순히 즐거움만을 얻기 위한 유희 문화가 아닙니다. 사회 대변의 장이고, 수많은 인생들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가장 최적화된 창구가 아닐 수 없죠.” 김포에서 농업을 생업으로 삼고 있는 이민영(36)씨의 말이다. 그는 지난 2001년 처음으로 온라인게임을 접하게 된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사회를 형성하고, 스스로의 룰을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며 온라인게임과 현실과의 유사점이 적지 않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곧 농번기가 찾아왔고, 다시 농사일에 열중하게 된 이민영씨. 이때까지만 해도 게임은 그저 신기한 세상에의 경험 정도로만 인식될 뿐이었다.

그로부터 1년 뒤. 직업의 특징으로 잠시 여유를 가질 수 있었던 이민영씨는 또다시 온라인게임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별 생각 없이 그저 시간 죽이기 용으로 시작했던 온라인게임이었지만, 그는 곧이어 이를 통해 현실과 게임의 벽이 이미 허물어져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저희 문파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사랑을 싹틔우고 결혼에 골인하는 과정을 접하며 충격이란 실로 대단했죠. 저도 게임을 통해 결혼해 볼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즐겨봤지만 쉽지 않더군요(웃음).”

게임을 즐기면서 사이버머니는 물론 아이템조차 매매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미 이러한 것들이 실제 통화와 동일한 효과를 지니고 있음을 확인했고, 이를 취하기 위한 전투가 노동으로 내비췄다. 또한 다른 이의 노력을 강제로 취하려는 유저들을 보며 현실에의 범죄를, 범죄자들에게 내려지는 패널티를 통해 규제를, 그리고 문파를 진두지휘하는 모습에서 정치까지도 엿볼 수 있었다.

“땅은 거짓말을 안 한다고들 하지요. 뿌린 대로 거둘 뿐이라고요. 게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득탬 등 변수들도 적지 않습니다만, 풍년 등과 동일하게 보면 이 역시 매한가지입니다.” 이민영씨는 자신이 찾은 게임과 현실의 유사점을 하나하나 노트에 적어놓기 시작했다. 어느덧 이미 60페이지에 달하는 노트에 유사점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글쎄요. 저도 제가 왜 유사점 찾기에 골몰하는지, 왜 노트에 적게 됐는지는 모르겠어요. 그저 찾아낸 것들을 잊게 되면 서운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는 노트 한권이 가득 채워질 때 자신의 카페에 이러한 내용들을 올려놓을 계획이다. 물론 주관적인 탓에 걱정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마다 보는 시각이 다르듯, 보다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통해 보다 객관적인 유사성 찾기를 마무리 지을 수 있으리란 판단 때문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어요. 농부가 농사를 지어야지 공산품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이거든요. 게임 속 직업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너무도 쉽게 캐릭터를 지우고, 다른 직업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요즘 젊은 분들은 직업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나 않나 싶어요. 게임일 뿐이라고요? 게임은 이미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음을 모르시는 말씀일 뿐입니다.” 어쩌면 이민영씨의 말대로, 게임 개발사는 이제 재미만큼이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 게임을 개발해야하지 않을까. 한번쯤 짚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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