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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말고 식의 기업윤리

  • 소성렬 국장 hisabisa@kyunghyang.com
  • 입력 2005.03.07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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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게임산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 게임이 돈이라는 등식이 마치 진실이라도 되는 듯 너도 나도 게임 개발에 나서겠다며 개발사를 차리기도 한다. 아이들이나 하는 게임이 무슨 돈이 되냐며 애써 게임의 매력을 무시했던 사람들조차 게임 관련 산업을 하지 않으면 IT산업 쪽에서 일한다는 말을 하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굴뚝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게임판을 기웃거린다. 돈 좀 가지고 있다는 사채업자들도, 식당 등 프랜차이즈를 통해 재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교육 관련 출판사업을 통해 자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게임사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다. 포털들도 게임을 잡아야 한다며 극성을 부리고, 이동통신사도, 대기업도 게임 등에 적극 투자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돈이 된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투자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냥 돈이 된다는 말에 무작정 돈을 지르고 본다는 사고 방식은 위험천만하다. 물론, 나름대로 시장에 대해 스터디를 했을 것이다. 전문가들도 구성된 테스크포스팀도 구성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봐왔던 무분별한 투자는 결국 사업의 축소 또는 정리라는 결론으로 귀결된 경우가 많았다. 여기서 시사하는 바는 그냥 돈이 된다는 사실 하나만 보고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 한 것인가를 일깨워 준다는 점이다.

재밌는 현상은 처음부터 게임쪽 개발을 생각하고, 사업을 시작했던 업체 등은 현재 메이저 업체 등으로 그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엔씨소프트, 웹젠, 넥슨, 그라비티 등이 대표적인 곳이다. 이들 업체는 오로지 게임 개발과 서비스 만을 생각하고 있다.

어떤이는 ‘게임 개발에 문제가 생겨 사업을 정리하면 더 이상 다른 사업을 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깔고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나름대로 분석을 했다. 일견 맞는 말이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기 다른 사업을 하던 후발 업체들은 게임에 투자를 했다가도 언제든지 접으면 된다는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거대한 자본과 조직력을 동원해도 사업의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게임업체로 시작된 기업들은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반면, 돈이 된다는 사실에 한번 해보자고 덤벼들었던 기업들은 사람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 언제든지 문을 닫을 준비가 돼있는 업체들이니 만큼, 사람의 소중함을 알리 없다.

지난 2002년 포털로 사업을 시작하던 모 업체는 의욕적으로 게임사업을 전개하겠다며, 사람을 대거 확충하는 등 사람 모셔가기 경쟁을 했었다. 그러던 이 업체는 최근 게임 사업부문을 대폭 축소해, 당시 그 회사만 보고 자리를 옮겼던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실직자의 신세가 됐다. 모 포털 회사도 동종 업계에 잘 다니고 있던 사람을 스카웃 해갔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사업의 축소를 이유로 구조조정의 칼을 들이댔다.

‘아니면 말고’식의 기업 윤리가 이처럼 어처구니 없는 사태를 야기시키고 있다. 인재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회사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제발 돈이 된다며 앞 뒤 재지 않고 무턱대고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음 좋겠다는 생각은 순진한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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