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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쉐도우 박재석 대표 “e스포츠 에이전트=선수 인생의 동반자”

  • 박준수 기자 mill@khplus.kr
  • 입력 2022.01.18 12:58
  • 수정 2022.01.18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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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e스포츠 에이전트라는 직종이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e스포츠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선수들이 계약과 관련해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야 할 필요성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쉐도우 코퍼레이션 박재석 대표는 e스포츠 업계에서 15년 이상 활동한 베테랑으로, 초창기부터 에이전트로 활동해온 산증인으로 꼽힌다. 
박 대표는 게임단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에이전트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그는 해외 팀에서 감독으로 활동하던 중 불합리한 계약 해지를 당했지만,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때부터 선수나 코칭스태프의 권익을 지켜줄 수 있는 에이전트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그렇게 시작한 에이전시 사업은 순항 중이다. 현재 그는 40여 명의 선수 및 코칭스태프와 계약을 맺고 있으며 아카데미 팀을 만들어 아마추어 육성을 병행하고 있다. 해당 아카데미 팀은 작년 LCK 아카데미 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2021 LoL 케스파컵 울산에 참가해 프랜차이즈 2군 팀들과 자웅을 겨룰 정도로 성장했다.
한편, 그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 인물은 축구계의 거물 에이전트 조르제 멘데스다. 계약서 없이 신뢰만으로 선수와 관계를 맺고 있는 멘데스처럼, 선수의 진정한 동반자가 되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은퇴 이후에도 선수들과 함께 미래를 그려나가고 싶다는 박 대표를 만나 업계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쉐도우 코퍼레이션 박재석 대표(사진=경향게임스)

이하는 QA 전문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박.
쉐도우 코퍼레이션의 대표를 맡고 있는 박재석 에이전트다. 스타크래프트가 유행하던 시기 아마추어 클랜을 운영했고, STX SouL에 합류해 5년 정도 코치 생활을 했다. 군대를 전역한 이후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에 관심을 가졌고 CTU, OMG, 디그니타스, BLG에서 코칭스태프를 하다가 에이전트로 전향했다. 현재 운영하는 아카데미 인원을 제외하고 약 40여 명 정도의 선수들과 계약을 맺고 있다. 

Q. e스포츠 에이전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박. 
디그니타스에 있을 때 불합리하게 해고를 당했다. 당시 너무 억울해서 나를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사람들을 찾아갔는데 결과적으로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때부터 선수나 코칭스태프의 권익을 지켜줄 수 있는 에이전트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살면서 이렇게 열심히 공부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 이전에는 코칭스태프 일이 너무 재미있어서 계속할 줄 알았는데 사람 인생이 알 수 없는 것 같다(웃음).

Q. 본격적으로 e스포츠 에이전트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나?
박. 
앞서 언급했다시피 에이전트에 대한 지식을 쌓기 위해 공부를 했으며 관련 자격증을 땄다. 이후 전 세계 LoL 리그와 선수들의 대한 정보를 정리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 정보들이 있어야 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친분이 있는 선수들에게 이적 관련 조언을 해주면서 경험을 쌓았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에이전트 업무를 시작하게 됐다. 

Q. 전통 스포츠와 e스포츠의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는가?
박. 
전통 스포츠는 어느 정도 틀이 잡혀 있는 산업이라면 e스포츠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e스포츠는 장소에 상관없이 어디서든 즐길 수 있으며, 대중화가 매우 빠르다.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패치나 새로운 신작 게임 출시를 통해 신선함을 더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에이전트 관점에서 보면 e스포츠 선수들이 전통 스포츠 선수 대비 연령대가 확실히 낮다. 또 계약이 진행되는 속도가 e스포츠가 빠른 편이다. 기간에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팀들이 계약을 빠르게 체결하는 것을 원한다. 이적 계약과 관련해 변호사들에게 조언을 얻곤 하는데, 전통 스포츠 분야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들은 e스포츠 계약이 체결되는 속도에 놀랄 때가 많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선수들이 워낙 경쟁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그렇다고 본다. 한국 선수 영입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팀과도 경쟁을 하는 구조다. 
 

사진=경향게임스

Q. 영향을 받거나 롤모델인 에이전트가 있다면 누구인가?
박. 
조르제 멘데스가 롤모델이다. 멘데스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선수, 주제 무리뉴 감독 등의 에이전트로 유명하다. 그는 계약서 없이 신뢰만으로 의뢰인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처럼 끈끈한 상호 간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능력을 본받고 싶다. 
중국어 중에 ‘숑디(형제)’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선수와 형제 같은 사이가 아니라면 에이전트에 대한 보람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회사에서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데, 2년 이상 공들이며 신뢰를 쌓은 선수들이 있다. 그들이 다이아1에서 챌린저를 달성할 정도로 성장하고, 프로팀들과 계약을 하는 것을 보면서 엄청난 보람을 느낀다. 

Q. 초창기와 현재 e스포츠 에이전트에 대한 선수들의 반응을 비교하면 어떤가? 
박. 
인지도가 훨씬 높아졌다. 초창기 때는 에이전트가 선수에게 연락해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지금은 선수들이 자신에게 맞는 에이전트를 알아보고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시장이 커졌다. 적지 않게 보편화 된 것 같다. 내년 이적 시장을 준비하기 위해 계약이 종료되는 선수들을 알아봤는데, 대부분 에이전시에 소속돼있어 놀란 적이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더 열심히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e스포츠 에이전트와 함께 했을 때 장점이 무엇인가?
박. 
선수 생활을 하다 보면 잘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다. 그럴 때 동고동락할 수 있는 같은 편이 생긴다는 것이 가장 좋은 점이다. 최악의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이 생긴다고 보면 된다.
뿐만 아니라 계약을 할 때 선수에게 최대한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우리 회사의 경우 각 지역 게임단과의 네트워크가 매우 발전돼 있다. 선수에게 최적화된 팀을 구하고 연봉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정보가 중요한데, 이런 것들은 선수 개인이 알기가 어렵다. 이적과 관련해 선수의 미래에 가장 도움이 되는 플랜을 계획하고 조언을 해줄 수 있다.
또 선수가 해외 지역에 진출할 때 필요한 것들을 처리해줄 수 있다. 해외에서 활동하려면 비자 발급이 필요한데 이를 도와줄 수도 있고, 불합리한 계약 조항들을 최대한 배제할 수 있다. 

Q. 에이전트 입장에서 국내 e스포츠 시장을 평가하자면?
박. 
먼저 에이전시가 많아졌다는 것 자체가 국내 e스포츠 시장이 엄청나게 커졌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 본다. 이를 통해 건전한 경쟁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선수들이 에이전트를 선택할 수 있는 여지도 많아졌다. 전반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공인 에이전트 제도 도입도 논의될 것이라 조심스럽게 예상한다.
 

사진=경향게임스

Q. 특히 올해 LCK 스토브리그가 역대급으로 경쟁이 심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박. 
이전에는 LCK가 중국 LPL이나 북미 LCS와 비교했을 때, 선수 실력 대비 연봉이 적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올해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본다. 선수들이 받는 연봉에서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리그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Q. 이번 이적 시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이 있었다면?
박. 
한 LCK 팀과 선수 간 계약을 진행하면서 48시간 내내 잠을 못 잤던 것이 기억난다. 선수가 머물고 있던 지역으로 가기 위해 KTX를 탔는데, 그 와중에도 전화나 메신저 연락이 계속 와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계약이 다 끝나고 나서야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Q. 선수 이적에 대한 업무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육성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으로 안다. 이유가 있을까?
박. 
무엇보다 재미와 보람을 느낄 수 있어서 시작했다. 우리 아카데미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프로팀으로 이적하는 것을 보면 에이전트 업무로 받았던 스트레스가 풀린다(웃음).
또 성장한 선수들과 돈독한 관계를 쌓아야 나 역시 미래를 바라볼 수 있다. 실제로 쉐도우 배틀리카 팀의 경우 탑 ‘미닝’ 안지민 선수, 정글 ‘함박’ 함유진 선수가 리브 샌드박스 2군으로 이적했다. 팀의 미드인 ‘피셔’ 이정태 선수는 LPL, 서포터 ‘윈썸’ 김동건 선수는 LCS로 향했다. 이외에도 일본 LJL이나 브라질 CBLoL, 터키 TCL 등 다양한 지역으로 10명 이상의 선수를 이적시켰다. 개인적으로 선수 육성과 이적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에이전시의 네트워크 확장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본다.

Q. 실제로 쉐도우 코퍼레이션 소속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이 LCK 아카데미 시리즈와 작년에 열린 케스파컵 울산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비결이 있다면?
박. 
3년 정도 철저하게 준비했던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인 것 같다. 또 우리 아카데미 코치들이 굉장히 실력이 좋다. 실제로 코치 중 한 명은 LCK 팀에 육성군 코치로 합류했다. 또 다른 한 명은 LJL 팀 코치로 갔다. 이외에도 아카데미 코치 중에서 에이전트를 지망하는 2명을 이번에 정직원으로 뽑았다.
 

사진=경향게임스

Q.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적지 않은 선수를 이적시켰는데 계획했던 목표는 달성했는가?
박.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모든 팀이 나를 인정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회를 놓친 적은 있다. 다음에는 분발해서 더 많은 선수들과 관계를 쌓고 싶다. 내년에는 어떤 방향성으로 준비할 것인지 계획을 다 세워놓은 상황이다.

Q. LCK에서 자리 잡지 못한 선수들을 타 리그로 이적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데 이유가 있을까?
박. 
사업적인 고려 외에도 개인적으로 프로게이머들이 선수 생활을 오래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것보다 급여가 높기도 하고 마이너 지역에서 활약하면 메이저 지역에서 다시 찾는 경우도 있다. 선수에게 그런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이적 시장에서 적지 않은 국내 선수들이 해외로 나가게 됐다. 롤드컵에서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LCK 선수들에게 항상 고마움을 가지고 있고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기를 바란다. 올해 롤드컵에서도 한국 선수들이 잘했으면 좋겠다. 충분히 노력한 선수들에게 다양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Q. 궁극적으로 업계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싶은지 궁금하다.
박. 
일단 선수들이 행복하게 프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힘쓰고, 은퇴한 이후에도 함께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과거에 비해 선수 생활을 마치고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졌다. 또 최근에 e메일로 “e스포츠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문의를 자주 받는다. 이런 사람들이 업계에서 일할 수 있도록 교육이나 조언을 제공하는 일을 하고 싶다. 그래서 대학교나 고등학교와 MOU를 맺고 교육 쪽에도 진출하려고 마음먹고 있다. 산업 인재 육성에도 관심이 생겼다.
 

사진=경향게임스

Q. 마지막으로 남길 말이 있다면?
박. 
나와 함께하는 선수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매년 발전하는 에이전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경향게임스=박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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