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세마라’ 꼼수, 매크로 대거 유통해 ‘부당 이득’ … 확률형 아이템 논란 신국면
‘리세마라’ 꼼수, 매크로 대거 유통해 ‘부당 이득’ … 확률형 아이템 논란 신국면
  • 안일범 기자
  • 승인 2022.01.11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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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확률형 아이템이 화두에 오른 배경에는 변동성 확률과 불합리한 확률, 소위 ‘천장’시스템으로 대변되는 고과금 유도 정책 등이 자리잡는다. 이 시스템에 반발하는 유저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대체로 형평성에 논란을 제기한다. 공정해야할 게임 룰이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다. 특정 시점에 도달하면 ‘벽’을 느끼게 되며, 이 벽이 게임 노하우나 실력등을 초월할 정도로 높게 형성돼 있다는 지적들이 수시로 나온다. 게임 밸런스는 무너지고 유저들은 게임할 의지를 점차 상실하게 되는 상황이 봉착한다. 불합리한 밸런스라는 지적이다. 그런데 애초에 시작부터 불공정한 출발로 밸런스를 잃은 상태라면 어떨까. 룰을 악용해 부당 이득을 얻어 게임을 하는 형태를 진단해 봤다. 

‘리세마라’의 법칙    

모바일게임 중 다수는 초반 튜토리얼(설명서)을 완수하면 보상을 주도록 돼 있다. 약 10분에서 15분 걸리는 과정을 완수하면 추후 게임에 도움이될 아이템을 지급하는 형태다. 주로 ‘캐릭터 뽑기’ 10회권과 같은 보상이나 게임 내 유료 재화를 무료로 배포한다. 운이 좋으면 상위 캐릭터 한 개, 천운이 따른다면 두 개를 뽑은 뒤 게임에 빠르게 적응하도록 만드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활용해 꼼수를 부린다면 이야기가 좀 다르다. 원하는 캐릭터가 나오지 않으면 계정을 다시 삭제하고 새로 가입한 뒤 시작하는 방법이 있다. ‘리셋’을 마라톤하듯이 여러번 이어가 원하는 캐릭터나 아이템을 뽑는 ‘리세마라(리셋 마라톤)’이야기다. 일본 유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면서 관련 용어가 국내에 정착했다. 

실제로 최상위 등급 캐릭터 몇 개를 보유한 뒤 게임을 시작하게 되면 다른 유저들 보다 쉽고 빠르게 상위권에 오를 수 있다. 또, 추가로 뽑기 비용이 절감되므로 게임 시작 전에 공을 들여 ‘리세마라’를 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이 작업은 굉장히 더디고 귀찮은 형태다. 같은 작업을 수 시간 동안 반복해야 하므로 정신력과 체력이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소위 ‘리세마라’를 할만한 시간이 있다면 차라리 돈으로 뽑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들이 존재하니 할 말 다 했다. 그런데 알고 보면 다른 방법으로 ‘리세마라’를 하는 이들이 있다. 외부의 손을 빌린다면 쉽고 간편하게 가능하다. 엄밀히 말하면 편법. 그런데 처벌할 방법이 없다. 덕분에 먹잇감을 노리고 들어온 이들이 음지 영역에서 통하는 비즈니스를 만든다.    

리세마라 대행 서비스 등장

검색 사이트를 통해 리세마라를 검색해 보자 별다른 필터링 없이 바로 계정 판매 사이트로 연결된다. 원하는 캐릭터 몇 개를 입력하고 가격을 검색하면 가격표가 올라오는 식이다. 입금 후 몇 시간 기다리면 해당 캐릭터들이 포함된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날아온다. 이렇게 게임을 하면 된다. 이 같은 과정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업자들이 지금도 활개 친다. 주로 해외에서 활동하면서 국내에 영업책을 두고 계정을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시대가 변하면서 거래 방법도 변한다. 아예 중국 사이트(타오바오)를 통해 직접 직거래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중국 업자들도 중국어를 전혀 모르더라도 주문이 가능하도록 그림화된 인터페이스를 선정. 원하는 캐릭터를 찍은 뒤 위안화로 된 아이템을 선정한다. 그들이 주로 쓰는 메신저를 통해 말을 걸면 애초에 한국어로 응대한다. 메신저로 돈을 보내면 거래 완료. 게임마다, 작업 요구 형태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2~3만 원 선이면 작업이 완료된다.

사진 출처=L 거래 대행 사이트, 리세마라 계정을 전문으로 거래한다
사진 출처=L 거래 대행 사이트, 리세마라 계정을 전문으로 거래한다

이 같은 거래가 성사되는 이유는 소위 가격대 성능비가 맞는 거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게이머는 “유료 뽑기로 SSR을 뽑으려고 시도해 보면 2~3만 원에 원하는 캐릭터를 뽑을 수 있을 확률이 얼마나 되는가.”라며 “차라리 돈을 주고서라도 뽑고 시작하는 작업이 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에 다들 리세마라를 하며, 그 과정이 오래 걸리니 이미 완성된 계정을 사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미 이 같은 형태 비즈니스는 만연해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계정을 거래 시 차단 당할 확률이 분명히 있다. 주로 중국과 베트남 등지에서 처음 계정을 만들고 작업을 한 뒤 국내 유저들이 계속 플레이하게 되면 기록으로 남으며, 추적하기에 적합하다. 이 같은 위험을 안고, 설사 차단당하더라도 상위권 계정을 임대해 사용한 것으로 생각하면 수지 타산이 맞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계정 거래 단계에서 사기를 당할 확률도 존재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위험한 방법에 속한다.

작업장 뺨치는 리세마라 전술

유저들의 리세마라 방법도 나날이 진화한다. 계정 1개를 켜고 껐다가 키던 방식에서 아예 멀티 클라이언트를 띄우고 계정 10개를 한 번에 운영하는 형태로 ‘리세마라’가 시작된다. 일종의 작업장을 보는 듯한 풍경이다. 방법은 이렇다. 녹스나 블루스택과 같은 가상 머신을 켠 뒤 각 화면에 키를 매핑한다. 이어 매크로 녹화를 켜고 순서대로 버튼을 누른 뒤 리세마라 과정까지 진행한다. 일반적으로 10분에서 15분이 소요된다. 완료한 뒤 결과물을 보면서 준비를 마친다.

이제 가상머신 10개를 등록한다. 이어 머신 10개를 켜고 매크로를 로딩한다. 10분에서 15분이 지나면 리세마라를 1회 끝낸 계정이 10개 등록된다. 각 화면을 돌면서 원하는 캐릭터가 뽑혔으면 해당 계정을 저장하고, 뽑히지 않았으면 다음 리세마라로 진행한다. 이렇게 결과물들을 보면서 정식으로 등록할 계정을 찾으면 된다. 일반 유저가 10분 동안 1 계정을 리세마라하면 10분에 10계정을 리세마라하며, 그 사이 유튜브를 보면 서 기다리면 되니 한층 편한 ‘리세마라’를 활용할 수 있다.

 

완전 매크로, 자고 일어나니 휘황찬란 덱 완성

여기에서 한발 더 나가 아예 ‘리세마라’를 자동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나온다. 각 게임 게시판을 보면 이른바 금손 능력자들이 해당 프로그램을 개발해 업로드한 데이터들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전문적으로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기업들까지 나오는 추세다. 해당 프로그램들은 주로 파이썬을 활용해 화면을 추적하고 변수를 확인해 처리하는 형태로 돼 있다. 고급형 프로그램의 경우 원하는 캐릭터들을 선택할 수 있으며, 캐릭터가 나올 때까지 무한 반복한 뒤 결과 화면에서 멈추는 식이다.

사진 출처=B게임 매크로 공유 페이지

좀 더 고급화된 프로그램은 아예 작업장을 염두에 두고 짜였다. 원하는 목표물이 나올 때까지 계정을 돌리되 그간 등록된 계정들을 DB화해 남겨 둔다. 그중에서도 잘 나온 계정들을 따로 빼 내어 판매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둔 셈이다. 하룻밤 사이 수백 개 계정이 생성되며, 언젠가는 원하는 계정이 나오게 돼 있다. 프로그램을 돌려놓고 잠시 자다 일어나면 금덩어리가 생기는 셈이다. 이어 이를 판매하는 이들이 곧 작업장이 되며, 원하는 계정만 남기고 폐기하는 이들이 유저가 되는 진풍경이 나온다.

‘리세마라’유저 ‘잃을것 없다’ 규제 사각 지대

게임사 입장에서는 이를 마땅히 처벌할 방법이 없다. 사실상 게임 계정을 차단하는 것이 유일한 대응책이다. 그러나 계정을 폐쇄하면 다시 ‘리세마라’프로그램을 돌리면 그것으로 끝인 셈. 애초에 이 같은 행동을 하는 이들은 차단을 막기 위해 VPN을 활용하는 등 우회 루트를 준비한 상태에서 작업을 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또, 소위 공용 IP를 활용하는 유저들의 경우에는 차단 조차 하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이 같은 프로그램을 활용한 유저끼리 일종의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어 차단당하는 게임과 그렇지 않은 게임들을 공유하며, 차단 회피법, 계정 차단 해제법 등도 모두 커뮤니티화 돼 돌아가는 형태다. 지워도 지워도 되살아나는 암덩어리 같은 존재가 됐다. 결국 정상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사진=불법 프로그램을 제작 판매 공유는 기본이고 강연까지 촬영해 유통한다
사진=매크로를 제작 판매 공유는 기본이고 강연까지 촬영해 유통한다

반면 이 과정을 옹호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한 리세마라 커뮤니티 유저에 따르면 ‘리세마라’는 시작점이 높을 뿐 한계는 명확하다고 이야기한다. 소위 최상위권 ‘리세마라’의 경우 확률상 불가능에 가깝고, 일반적으로 원하는 캐릭터 2개에서 3개가 최대점이라는 해석이다. 그 이상 선발은 몇 주에서 몇 개월이 걸릴지도 모르는 작업이기에 사실상 불가능하며 적정 선을 지킨 뒤 게임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유저는 “게임사도 어차피 바보가 아닌 이상 다 알고 밸런스를 잡는거 아니냐”라며 “오히려 ‘리세마라’를 한 유저들이 계정에 애정도가 높아 장시간 동안 게임을 플레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에게 매크로를 쓰지 않는 유저들은 차별을 당하지 않느냐고 묻자 ‘쓰지 않는 사람’이 이상한 것이라 답했다.

또 한 업계 운영 전문가는 정 반대 관점에서  ‘리세마라’를 바라본다. "‘리세마라’자체는 돈이 들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헤비 과금유저들과 격차를 줄이는 수단이 될 수도 있는 수단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매크로 프로그램을 비롯 일부 불합리해보이는 상황이 있을수는 있으나 필요악으로 보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지난해 확률형 아이템이 이슈가 된 이유는 불공정하기 때문이다. 게임의 재미를 상실할 정도로 밸런스 논란이 불거지면 더 이상 게임으로서 보기 어렵다. 이를 넘어 애초에 시작 단계부터 편법을 동원해 밸런스를 상실하고 시작한다면 게임의 가치는 어디에다 두어야 하는가. 불법 프로그램을 만들고 쓰는 자가 오히려 대우 받고 그렇지 않은 자를 ‘이상한 사람’으로 치부하게 만드는 시선이 옹호되서는 안될 일이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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