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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은퇴식 앞둔 뱅-울프, “프로 선수 생활, 한 점 후회도 없다”

  • 박준수 기자 mill@khplus.kr
  • 입력 2022.01.10 21:39
  • 수정 2022.01.10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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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1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레전드 바텀 듀오의 은퇴식이 열린다. T1은 1월 10일 오후 10시 30분 트위치 공식 채널을 통해 ‘뱅’ 배준식, ‘울프’ 조재완 선수의 합동 은퇴식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T1은 은퇴식에 앞서 온라인으로 기자들을 초청해 두 선수와 질의 응답을 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프로 생활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뱅’과 ‘울프’는 이구동성으로 ‘후회는 없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지금의 자신들을 있게 해준 스승인 김정균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기자회견은 시종일관 유쾌하게 진행됐다. 프로 선수 생활 동안 가장 즐거웠던 기억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울프’는 “연봉이 올랐을 때”라고 두 번 강조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뱅’ 역시 “은퇴식에서는 개인 방송에서 보여준 여과 없는 모습을 조금 자제해야될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제공=T1

이하는 QA 전문

Q. 은퇴식 하는 기분이 어떤가?
울프.
은퇴한지 3년 차인데 지금이라도 챙겨줘서 기분이 좋다.
뱅. 은퇴를 하고 선수 생활을 잘 마무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돼서 기쁜 마음이다. 통쾌하고 상쾌한 기분이다.

Q. 코로나19로 인해 팬들을 직접 보지 못하는 점은 아쉽지는 않나?
울프.
물론 팬 여러분들과 오프라인으로 소통하는게 더 재밌고 즐겁지만 시국이 시국이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뱅. 과거에는 인터뷰나 이벤트를 오프라인으로 많이 했다. 그래도 건강이 최우선이다. 아쉽긴 하지만 익숙해진 상황에서 온라인으로라도 소통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Q. 어느 순간에 은퇴를 결심했는지 궁금하다. 특정한 계기가 있었나.
울프.
정신 건강에 이슈가 있었다. 2019년도에 해외에 나가면 좋아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해외에서도 경기를 지속하기 힘든 일이 많았다. 그때 선수생활을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뱅. 2~3년 전부터 같은 시기에 활동한 선수들이 은퇴를 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은퇴를 조금씩 염두에 뒀다. 또 병역의 의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이제 프로 생활을 떠날때가 됐다고 느꼈다.

Q. 오랫동안 프로게이머로 정상에 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무엇인가?
울프.
방송할 때 팬분들이 내가 활약했던 경기를 말해주신다. 그런 경기들이 기억에 남는다. 내 기준으로는 EDG전에서 라칸을 플레이한 경기와 MSI때 자이라를 플레이한 경기가 기억에 남는다.
뱅. 동의한다. 팬분들이 영상으로 보내주는 경기나 나와 관련된 매드 무비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Q. 프로 선수가 되길 잘했다라고 생각이 들 때는 언제인가? 그리고 후회는 하지 않는가?
울프.
연봉이 오를 때 프로하기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웃음). 데뷔하고 나서 지금까지도 삶의 목표가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다. 프로 데뷔하고 나서 후회했던 적은 없다. 마지막에 아쉬웠던 점은 몇 개 있다. ‘정신적인 이슈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정글로 출전했을 때 좀 더 연습을 열심히 할 걸’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뱅. 나 같은 경우 유명인들을 만날때 다른 직업보다 특별하다는 생각을 했다. 또 향후 프로게이머 생활을 기반으로 다른 일을 할 수 있다고 느꼈을 때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프로 생활하면서 후회는 하나도 없다. 무엇보다 소중한 인연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이다.

Q. 프로 생활하면서 가장 고마웠던 사람을 한명만 꼽자면?
울프.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고 게임적으로도 인격적으로도 도움을 많이 준 김정균 감독을 꼽고 싶다.
뱅. 당연히 김정균 감독이다. 게임 뿐만 아니라 인격적으로 내 자아가 잘 자리잡을 수 있게 많은 도움을 줬다. 아직도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배울점이 있는 사람인 것 같다. 

Q. 프로게이머가 아닌 내가 가장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
울프.
최근 2년간 살면서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거의 전부 다 해봤다. 다만 은퇴할 당시 코로나19가 없었던 때라 PC방 창업을 해보고 싶었다. 실제로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창업을 해 다양한 이벤트를 해보고 싶다.
뱅. 학교다닐때 입시 목표가 육군사관학교였다. 군 장교가 되고 싶었다. 사람을 관리하고 도와주는 일을 한 번 해보고 싶다. 

Q. 혹시 향후에 코칭스태프를 할 생각은 있나?
울프.
지금의 생활이 굉장히 행복해서 아직까지는 하고 싶지 않다. 승패가 있는 삶보다는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
뱅. 나 역시 지금은 생각이 없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코칭스태프가 하는 일들을 많이 봐왔다. 코칭스태프 역할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받는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좀 꺼려진다. 시간이 좀 지나면 모를까 지금 당장은 하고 싶지 않다.

Q. 현역 시절 가장 까다로웠던 적수 또는 팀을 꼽는다면? 
울프.
개인적으로 마타 선수가 어려웠다. 게임의 승패와 관계없이 시야 장악 측면에서 매우 껄끄러운 존재였다. 많이 배웠다고 생각한다. 데프트 선수도 매우 힘겨운 상대였다. 뒤에 서포터가 있는 척을 잘해서 상대하기 곤란했다.
뱅. 팀이라고 생각하면 아무래도 락스 타이거즈가 어려웠다. 우리가 가장 잘할 때 경계를 했었던 팀 중 하나다. 선수를 한 명 뽑기에는 직업 특성상 힘든 부분이 있다. 그래도 가장 오래 신경썼던 선수는 프레이와 데프트 선수다.

Q.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가장 고마운 챔피언을 꼽는다면?
울프.
개인적으로는 여러 개를 꼽고 싶지만 가장 고마운 챔피언은 알리스타라고 생각한다. 플레이도 많이 했고 자신감도 충만했다. 
뱅.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그레이브즈를 꼽고 싶다. 그레이브즈를 하는 나를 보고 선수들이 추천해줘서 프로를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Q. 잠시 뒤 은퇴식을 시작하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은가?
울프.
방송하는 느낌이 들 것 같다(웃음). 은퇴식이라는 의미있는 자리지만 이미 어떤 드립을 해야 재미있을까 생각하는 자신이 있다.
뱅. 의미있고 좋은 자리이기 때문에 점잖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 개인 방송에서는 나의 여과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웃음을 좀 참아야 될 것 같다(웃음). 생각보다 떨린다거나 그런건 없고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시원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Q. 합동 은퇴식 자리가 흔하지 않은데, 같이 마무리하게 된 소감이 궁금하다.
울프.
이렇게 좋은 자리가 마련되서 T1과 배준식 선수에게 고맙다. 겸사겸사 오늘 쉐프님께서 특식도 마련해 주셨다. 아주 기분이 좋다.
뱅. T1을 떠난지 3년이 넘은 것 같은데 마음의 고향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은퇴를 하고 고향 같은 곳에서 마무리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Q. 두 선수를 동경하며 프로게이머에 도전한 선수들이 많다. 이제 막 데뷔하는 선수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울프.
어려운 질문이다. 프로 생활을 하다보면 여러 가지 힘든 순간이 많다. 눈 감고 귀 닫고 자기할 것만 열심히 하면 더 나은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본인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서는 운도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자기 할 것을 최대한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뱅. 노력은 프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 자체가 반복되는 증명의 장이다. 최대한 잘해서 기회를 잡고 커리어를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특히 본인이 잘할 수 있는 팀이나 환경을 찾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Q. 프로 생활을 하며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울프.
가장 짜릿한 순간은 연봉이 오를 때다(웃음). 프로게이머가 계약을 하고 나서 힘든 일이 있어도 묵묵히 연습을 한다. 그것들을 연봉 협상할 때 보상 받는다고 생각한다. 
뱅. 시즌이 끝나고 나서 다같이 여행을 갈 때가 즐거웠다. 정신적인 부담도 없고 잘 쉴 수 있었다. 잠깐이라도 게임을 떠나서 재충전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Q. 지금까지 본인들을 지켜봐준 가족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울프.
17살부터 굉장히 긴 시간 동안 프로 생활을 했다. 달에 한 번 가족들 얼굴을 봤는데 죄스런 마음이 있다. 지금까지 많은 응원과 격려를 해주셔서 감사하다. 지금도 바쁘게 살아서 집에 잘 못들어간다. 그런 점도 죄송하고 양해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뱅. 나 역시 17살에 집을 나와 타지 생활을 시작했다. 쉬는 날이 많이 없어서 가족들 얼굴 보는 일이 드물었다. 가족들이 물심 양면으로 많이 도와줘서 길게 달려올 수 있었다. 언제나 돌아갈 곳이 있어서 좀 더 여유있게 프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감사드린다.

Q. 마지막으로 남길 말이 있다면?
울프.
1월 12일부터 LCK가 시작되는데 나 역시 방송을 시작하니 많이 시청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동안 프로게이머 울프를 사랑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앞으로 스트리머 울프도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
뱅. 선수 생활 동안 많이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앞으로 선수가 아닌 삶을 살게 될텐데 자주 뵐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프로게이머 생활이 너무 즐거웠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경향게임스=박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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