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위쳐’ 시즌 2 리뷰, ‘레셴’ 등장에 화색 게임형 시나리오 ‘가동’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1.12.20 13:38
  • 수정 2021.12.20 14:26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2월 17일 넷플릭스는 자사 히트 드라마 ‘위쳐’ 시즌 2를 공개했다. 당초 소설 원작으로 알려진 이 작품은 시즌 2에 들어서면서 방향을 틀어 독자적 전개를 향해 달려 나간다. 소설에 등장했던 사건들을 살짝 뒤틀거나, 등장인물의 행보를 바꿔 버리고, 자체 설정으로 준비된 시나리오를 얹는 등 변화에 나선다. 특히 ‘위쳐 게임’에서 사용된 설정들이 드라마에도 반영된 부분들이 일부 있어 향후 다각도로 변화하는 시리즈를 예고한다.

출처=넷플릭스, 위쳐 시즌2가 12월 17일 개봉했다
출처=넷플릭스, 위쳐 시즌2가 12월 17일 개봉했다

결과론적으로 변신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 데이터 추적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드라마 ‘위쳐’는 총 89개국 중 80개 국가에서 드라마 순위 1위를 달성했다. 19일 자 기준 점수는 880점이다. 이들이 점수를 주는 기준은 국가별로 1위를 달성하면 10점, 2위를 달성하면 9점을 주는 식이다. 앞서 라이엇게임즈 ‘아케인’이 기록한 데뷔 점수는 711점. 작품을 향한 기대치를 확인케하는 대목이다.
 

출처=플릭스패트롤, 위쳐 시즌2는 12월 19일 기준 넷플릭스 1위를 기록중이다
출처=플릭스패트롤, 위쳐 시즌2는 12월 19일 기준 넷플릭스 1위를 기록중이다

시청 후 반응도 나쁘지 않다. 드라마 평점 사이트인 IMDB에 따르면 각 에피소드들은 평점 8.0 이상으로 준수한 평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즌 2 1화와 마지막 화인 8화가 9.0대 평점을 거두고 있는 점을 보면 시즌 2도 일단 흥행 면에서는 성공적인 듯하다.

출처=IMDB, 시작과 끝이 훌륭한 구조로 호평이 이어진다
출처=IMDB, 시작과 끝이 훌륭한 구조로 호평이 이어진다

게이머 입장에서도 환영할 만한 요소들이 등장한다. 우선 시즌 2 초입부터 ‘레셴(레시)’가 등장해 게이머들을 반긴다. 소설에서는 스쳐 지나가는 형태로 언급됐으며 게임 ‘위쳐3 와일드 헌터’에서 지금의 외형이 완성된 몬스터를 각색해 채용했다. 여기에 ‘이그니(불을 쓰는 표식)’을 사용해 ‘레셴’을 상대하는 장면들도 나오며, 게임에서 ‘변이’를 활용해 칼에 ‘이그니’를 입히는 설정들도 같이 동반된 점 등은 게임이 드라마에 영향을 미치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시즌 2 1화에 등장하는 장면은 게이머들이 선호할 만한 시나리오다. 본편 줄거리 외에 일종의 서브 퀘스트를 수행하는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장면에 가까워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게임에서도 주된 무대가 되는 ‘케어 모헨’이 등장하며, 게임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는 ‘램버트’나 ‘야르펜 지그린’의 얼굴도 구경해 볼 수 있다.
 

출처=넷플릭스, 게임 보다는 훨씬 약해보이는 레셴(레시)가 등장한다
출처=넷플릭스, 게임 보다는 훨씬 약해보이는 레셴(레시)가 등장한다

이 같은 변화는 CD프로젝트 레드와 넷플릭스가 본격적인 제휴를 하면서 발생하는 변화로 보인다. 이들은 지난 2021년 7월 ‘위쳐콘’을 개최하며, 협업 소식을 공개한 바 있다. 이후 ‘위쳐’를 소재로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등이 대거 발표되면서 다음 시대를 향한 여정을 알리기도 했다.

출처=넷플릭스, 오래된 오두막의 비밀은, 드라마 오리지널 설정을 만나 보자
출처=넷플릭스, 오래된 오두막의 비밀은, 드라마 오리지널 설정을 만나 보자

이런 배경하에서 ‘위쳐 시즌 2’를 바라보면 다른 면모들이 보일 수 있다. 게임 기자의 시각에서 이 드라마는 게임상에서 모험을 즐기다 컷 씬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 설계다. ‘위쳐 시즌 2’를 축약해 보면 게임적 표현을 하다가, 성장 드라마였다가 정치 드라마였다가 사랑 드라마였다가, 공포 스릴러물이었다가, 판타지 요소를 살짝 담그는 식으로 전개된다. 본인이 직접 주인공이 돼 캐릭터를 조작하면서 명확하게 감정이입이 가능한 게임 장르에서는 허용되는 기법이다. 굵직한 사건들을 편집해 게임 시나리오로 쓴다면 완성도 높은 콘텐츠가 기대된다. 

출처=넷플릭스, 손가락으로 표식을 그리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출처=넷플릭스, 손가락으로 표식을 그리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단, 이를 오롯이 드라마 시나리오로 본다면 다소 문제가 도출되는 부분이 있다. 게임상에서는 유저가 직접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세계관을 즐길 수 있도록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강제로 플롯이 전개된다. 소위 ‘모험’을 즐기는 과정이 빠져 있기 때문에 전체 진행이 공허하다. 대중을 공략하는 드라마에서는 일반적으로 기승전결 구도에 긴장감을 해소하는 장치들을 채용하기 마련이며, 인물이나 사건을 도입해 이를 해설한다. 이 드라마는 그런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설정을 쏟아내 분량을 소화하는데 급급해 보인다. 캐릭터의 매력을 발전시킬 시간도, 몰입을 더해 극의 힘을 더할 시간도 가지지 못하는 점은 안타까운 부분이다.
 

출처=넷플릭스, 갈라진 땅에서 이세계 몬스터가 소환된다면... 게임을 너무 오래한거 아닐까
출처=넷플릭스, 갈라진 땅에서 이세계 몬스터가 소환된다면... 게임을 너무 오래한거 아닐까

소위 ‘왕자의 게임’이 떠오르는 기법인데, ‘왕좌의 게임’에서는 인물들을 죽여 나가면서 몰입할 캐릭터를 정해주는 방식으로 맺고 끊음이 분명하다. ‘위쳐’는 시나리오상 죽은 자도 죽은 게 아닌 설정에서 이 같은 시도가 중장기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자칫 ‘맥거핀투성이’드라마로 변질되면서 정확한 내용을 알려면 책이나 게임을 해야 하는 상황이 우려된다. 그저 기우이기를 바랄 따름이다.

출처=넷플릭스, 단델라이언(야스키에르)의 활약은 계속 된다
출처=넷플릭스, 단델라이언(야스키에르)의 활약은 계속 된다

흔히 ‘위쳐’시리즈를 즐긴 게이머들은 RPG ‘위쳐4’가 나오길 기대한다. 그러나 앞서 발매된 게임 ‘위쳐3’에서 유저들이 확인 가능한 엔딩은 그 자체로 완결된 스토리에 가깝다. 후속작을 만들려면 완성된 이야기를 부수고 시작해야 하는 점이 단점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위쳐 게임’은 ‘드라마 위쳐’세계관이 아닐까. 다음 ‘위쳐콘’에서 게임 ‘더 위쳐’ 이전 이야기, ‘드라마 위쳐’를 RPG로 제작 발표하는 상상을 해본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