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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게임 연출, 핵심은 ‘살아 움직이는 배경’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1.12.14 15:55
  • 수정 2021.12.1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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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5년 프랑스 한 카페에서 초기 영화 ‘열차의 도착’이 상영됐다. 카페 벽면에 영화를 틀고 관람객들이 관람하는 형태였다고 한다. 멀리서 달려 오는 열차를 촬용한 영상인데, 영화가 시작되지 관람객들이 혼비백산했다고 한다. 멀리서 실제 열차가 달려오는 줄 알고 기겁해서 도망가는 진풍경이 일어 났다고 한다. 1895년 관객들은 화면 밖에서 열차가 달려오니 부딪히면 죽는다고 생각한 것 처럼 보인다. 그렇다보니 긴장감을 느끼고 이를 버티지 못했다.

어느 순간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도망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짐작 가능하다. 어느 순간 ‘열차의 도착’을 보지 않게 되는 순간도 왔을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긴장하던 사람들도 어느 순간 긴장하지 않게 되며, 긴장은 곧 권태로 발전해 어느 순간 이탈했을 것으로 보인다.

게임 또한 마찬가지다. 초기에는 단순히 탁구채 두개가 나와서 공을 주고 받기만 해도 열광했던 때가 있었다. 50년 뒤 게이머들은 몇 번 공을 치고 나면 긴장감을 잃고 권태를 느끼며 자리를 비운다. 보다 더 나은 경험을 원한다. 그 연구 또한 지속적으로 이뤄져 개발과 서비스면에서 비약적 발전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역시 모든 게임이 성공하기는 어렵다. 어쩌면 그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긴장감'을 유발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최근에는 이러한 긴장감을 유지시킬 수 있는 기술들의 난이도가 점차 올라가는 추세다. 유저는 이미 장시간동안 게임을 즐기고 있는 상태로 더 이상 게임을 신선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시대 변화가 만들어낸 부분들도 공존한다. 과거 텍스트 몇 줄과 상황 설정만으로 상상력을 자극하던 시대에서 압도적인 비추얼과 컷신 영상, 체감난이도 등을 활용해야 긴장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실은 그 조차 오래된 이야기로 최근에는 공들여 만든 컷신 조차 스킵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게임 개발자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는 시기가 왔다. 

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최근 트렌드는 유저들이 스킵할 수 없는 영상을 꾸며 나가는 형태로 발전한다.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서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들을 삽입하는 것은 아니다. 절대 유저들이 스킵하기 어렵고 반드시 봐야 하는 영상, 바로 필드 디자인을 활용한 기법들이 최근 대세를 이룬다. 최근 게임들은 황폐한 배경을 핵심으로 둬서 기이한 적들이 출연하도록 만든다. 또, 전장 한가운데 캐릭터를 떨어 뜨려 놓고 언제 어디서 적들이 튀어 나와도 이상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든다. 또, 거대한 적이 등장해 시선을 분산시키거나, 눈 둘 곳 없는 캐릭터들을 대거 등장시켜 오히려 시선을 사로잡는 것과 같은 방법들이 시도 된다.

소위 트리플A급 게임을 추구하는 작품들은 건물이 무너지거나 바닥이 푹 꺼지는 디자인으로 변화를 준다. 좁은 통로에서 벽을 부수고 튀어나오는 적들이 나오기도 하고, 가로로된 배경이 갑자기 세로로 변하는 등 살아 움직이는 배경을 연구하고 도입해 게임에 적용한다. 지하철이 탈선하고, 지진이 일어나 땅이 꺼지고, 바닥에서 우주선이 솟아 올라야 비로소 눈길을 사로 잡는다. 이른바 마이클베이급 스케일로 경천동지하는 지경이 와야 게이머들이 만족하는 시기다. 

고퀄리티 텍스쳐에, 화려한 광원에, 부드러운 움직임에 다양한 즐길거리를 삽입했는데 유저 평가가 좋지 않아 고민한다면 배경을 자세히 뜯어 보자. 그 곳에 해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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