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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게임에 담아낸 공감과 연대에 대한 고민

디테일이 만든 몰입감 ‘백미’ ··· 재미와 공익 모두 갖춘 ‘수작’

  • 박준수 기자 mill@khplus.kr
  • 입력 2021.10.11 10:35
  • 수정 2021.10.1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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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령 807호 기사]

● 장   르 : 어드벤처
● 개발사 : 더브릭스
● 배급사 : 더브릭스
● 플랫폼 : 안드로이드 OS
● 출시일 : 2021년 8월 26일

게임에 사회적 가치를 담아내는 시도가 늘고 있다. 이러한 게임을 ‘소셜 임팩트’와 ‘게임’이라는 단어를 결합해 ‘임팩트 게임’이라고 부른다. 인디게임 개발사 더브릭스가 만든 ‘30일’은 자살이라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고찰에서 시작된 ‘임팩트 게임’이다. 해당 게임은 주인공이 30일 동안 로얄 고시원의 총무로 지내면서 공감과 연대를 통해 공시생 자살 예정자의 죽음을 막는 이야기를 담았다.
‘30일’의 가장 큰 장점이자 덕목은 디테일이다. 게임 내 등장하는 고시원의 내부 구조나 입주민들의 사정은 매우 현실적으로 묘사돼 유저들의 몰입감을 더한다. 이외에도 자살 예정자가 보이는 징후나 반응은 개발사가 이 작품을 위해 정말 많은 조사를 했음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30일’은 스토리의 재미와 공익적 메시지를 성공적으로 양립시킨 작품이다. 다양한 개성을 지닌 고시원 입주자들이 사건사고를 통해 갈등을 거쳐 서로를 이해하고 연대하는 스토리는 유저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에 더해 실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게임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것도 돋보이는 요소다.
 

철저한 고증을 통한 현장감 ‘극찬’
‘30일’의 주인공 박유나는 다니던 출판사를 그만두고 언론 고시를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이다. 공부를 하면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고모가 운영하는 로얄 고시원 총무로 일하게 되면서 게임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유저는 박유나를 통해 고시원 총무 업무를 간접 경험하고, 고시원에 입주한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나면서 상호작용하게 된다. 특히 게임은 시작부터 최설아의 사망진단서를 보여주고, 해당 캐릭터의 호감도를 올릴 때마다 진단서 일부분이 찢기고 소각되는 연출을 통해 유저의 이해와 공감이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면서 몰입감을 더한다.
 

디테일이 만든 몰입감 ‘백미’ ··· 재미와 공익 모두 갖춘 ‘수작’
▲ 최설아가 죽음에서 멀어질 때마다 사망진단서가 조금씩 타 없어진다

게임 내 무대인 고시원은 경험해보지 않은 유저에게도 현실감을 느끼게 할 정도로 철저한 고증이 이뤄졌다. 단순히 고시원의 내부 구조의 묘사를 넘어 층간 소음이나 절도, 스토킹, 화재의 위험성 등 실제 고시원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비중 있게 다뤄 유저들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만든다.
이외에도 공무원이 되기 위해 시험을 준비하는 2030세대의 애환과 고민, 자살 예정자가 보이는 리얼한 징후와 반응이 유저의 대화 선택지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생생한 현장감을 선사한다. 그만큼 이 게임에서 캐릭터들의 대화가 가지는 무게감은 크다. 더브릭스 측은 ‘30일’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고시원을 탐방하고 실제 공시생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자살 예방 관련 강의를 수강하고 정신과 전문의를 섭외해 시나리오의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진심을 담기 위한 그들의 노력이 게임 곳곳에서 빛나고 있는 셈이다.
 

결국 극한에 몰린 사람을 구원하는 것은 공감과 연대의 힘이다
▲ 결국 극한에 몰린 사람을 구원하는 것은 공감과 연대의 힘이다

감동적인 스토리와 공익적 가치의 ‘하모니’
‘30일’은 스토리의 재미와 공익적 메시지의 밸런스를 잘 잡아냈다. 게임은 유저에게 억지로 사회적인 가치를 강요하지 않는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뉴스를 통해 넌지시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시키고, 휴대폰의 특정 앱에는 자살의 징후를 보이거나 그들을 도우려는 사람들을 위해 유익한 정보를 따로 마련해 놓았다. 게임을 만들기 위해 조사했던 정보들이 실제로 도움이 되길 바랐다는 개발사의 선의가 잘 느껴지는 부분이다.
 

자살 예방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보도 게임 내에 녹여냈다
▲ 자살 예방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보도 게임 내에 녹여냈다

자살이라는 소재에만 집착하지 않고 다양한 개성과 사연을 지닌 고시원 입주자들을 조명하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모습을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낸 것도 긍정적인 요소다. 처음에는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갈등을 일으키는 캐릭터들이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대화를 통해 이해해나가는 과정은 유저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최종적으로 고시원 입주자들이 다 같이 최설아의 생일을 축하하고 자신의 꿈을 위해 고시원에서 나가는 그녀를 응원하는 모습을 통해, 공감과 연대야말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구원이 될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이외에도 고시원 입주자들의 사연을 알 수 있는 사이드 스토리나 히든 요소를 수집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I·P의 다변화가 트렌드인 시대에 ‘30일’의 캐릭터와 이야기는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이식하더라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언젠가 로얄 고시원 입주자들의 다양한 후일담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경향게임스=박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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