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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시간과 업무의 효율성

  • 김상현 편집국장 aaa@khplus.kr
  • 입력 2021.07.2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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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803호 기사]

게임개발 로직은 단순하면서도 복잡하다. 자세히 살펴보면, 게임개발은 크게 3개의 파트로 나뉜다. 게임을 어떻게 만들겠다는 ▲기획과 이를 보여주고 실행시켜 줄, ▲그래픽과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기획 파트는 다시 스토리, 시스템, 밸런스, 프로그램은 클라이언트와 서버, 그래픽은 배경, 캐릭터 디자인, 전투 이펙트, 애니메이션 등으로 세분화된다. 최근에는 1인 개발자로 게임을 개발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소위 대작들이라고 불리는 게임은 최소 100명에서 많게는 300여명의 개발자가 투입된다.

각각의 업무 분담이 확실하지만, 단순 업무 분담만으로 게임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게임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꼽히는 것이 바로 ‘협업’이다. 기획에서 이야기하는 부분이 잘 구현됐는지, 그리고 시스템상 문제가 없는지에 대해서 게임을 완성해 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회의와 그 결과에 따른 수정과 보완이 이뤄진다.
예전에 비해서 개발 관련 툴(TOOL)이 좋아지면서 개발 시간은 단축됐지만, 가장 중요한 작업들은 개발자 창의성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게임 개발에서 인적 자원은 매우 중요하다. 개개인의 능력은 물론, 게임을 완성시키는 과정에서 수많은 변수들이 발생한다. 때문에 각 파트 별로의 ‘협업’이 최우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재택근무를 장려하고 있다. 게임 개발의 경우, 재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신작들이 출시되고 운영 또한 잘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게임 개발자들의 경우, 밤낮으로 일하고 집에도 못들어 간다는 말은 이제 정말 옛날이야기가 된 것 같다.
이와 관련해 한 메이저 게임사 경영진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재택 근무로도 충분히 회사가 잘 운영되는 이유를 물었다. 그는 일단 관리의 효율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 동안 게임사들이 개발을 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개발 과정을 시스템화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재택을 환영하고 있지는 않았다. 온라인 화상 프로그램 등을 통해 언제든지 모여 회의를 할 수 있지만, 게임개발 특성상 한계가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목표점까지 시간당 100km로 달렸지만, 현재 재택을 통해 얻는 속도는 시간당 80km 수준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최근 불거진 게임개발 120시간 이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그는 “며칠 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야기한 120시간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며 “게임개발 환경이 개선되고 있고, 회사 이미지도 좋아지고 있는 상황이서 ‘이런 이슈’가 회자되면 결국 게임사만 손해인 것 같다”고 말했다. 더 이상 게임 개발에 있어서 근무 시간의 이슈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물론, 그의 이야기는 메이저 게임사에 국한될 수 있다. 아직도 기자 주변에는 5명 미만의 개발자들이 한 공간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밤낮없이 게임개발하고 있는 개발사가 적지 않다. 이런 영세한 개발사들의 경우, 자신들이 그렇게 일하는 것에 대해서 자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요즘 같이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개발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자신에 개발하고 있는 게임에 대한 열정과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도 자금적으로 여유로워 진다면 더 많은 인력을 충원해 개발 환경을 개선할 것이다. 그렇기에 더 열심히 일하는 것 뿐이다. 120시간과 52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환경을 어떻게 개선하느냐가 중요하다. 거기에 열정과 자부심이 추가된다면 금상첨화라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경향게임스=김상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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