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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추억 

  • 김상현 편집국장 aaa@khplus.kr
  • 입력 2021.07.02 16:59
  • 수정 2021.07.0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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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오래간만에 연남동을 찾았다. 자주 가던 단골집에서 저녁 미팅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곳은 노부부 두 분이서 운영하는 7테이블 남짓한 중국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다. 대표 메뉴로 오향장육이라는 음식이 일품이다. 그날도 오향장육과 고량주 한 병을 시켰다. 그런데, 너무 오래간만에 와서 일까. 내가 알던 그 때 그 오향장육의 맛이 아니었다. 20여년 간 한자리를 지킨 노포고, 사장님 내외분도 그대로인데, 내 입맛이 변했던 것일까. 

한번쯤 기자와 같은 경험을 한 분들이 있을 것이다. 내가 자주 가던 단골집에서 평소와 먹던 맛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던 경험 말이다. 똑같은 음식이라도 내 컨디션에 따라, 혹은 누구와 함께 먹느냐에 따라서 맛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이 기자의 결론이었다. 

최근 게임업계 화두 중 하나는 ‘클래식’이다. ‘고전적인’ 혹은 ‘고풍스러운’이라는 뜻으로 풀이되는 이 단어는 처음 게임이 출시됐을 때의 버전을 지칭하는 용어로 통용되고 있다. 옛날 그 때 당시의 추억을 되짚으면서 다시금 그 감성을 느끼고 싶은 유저들을 타깃으로 한다. 

지난해 11월 엔씨소프트는 ‘아이온 클래식’을 론칭했다. ‘아이온’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PC온라인 기반, MMORPG다. 출시 동시에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했으며, PC방 게임순위 160주 연속 1위라는 대기록을 갖고 있을 만큼,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아이온 클래식’이 나온다고 했을 때, 유저들의 반응은 반신반의였다. 이미 엔씨소프트에서 ‘아이온’과 관련해 비슷한 선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온 마스터’가 그것이다. 옛 감성을 느끼게 해주겠다던 ‘아이온 마스터’의 초기 반응을 좋았지만, ‘아이온’을 서비스하면서 겪었던 문제들을 비슷하게 따라가면서 결국 유저들에게 외면을 받았다. 

‘아이온 클래식’ 역시, ‘아이온 마스터’와 비슷한 길을 갈 것이라 전망하는 유저가 적지 않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아이온 클래식’은 유저들의 옛 추억과 감성을 제대로 공략했고, 차트 역주행을 시작했다. 론칭과 동시에 PC방 게임순위 10위권 안으로 진입했고 서비스 시작한지 200일을 맞이한 지금까지도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면서 좋은 성적을 이어오고 있다. 

‘아이온 클래식’이 이처럼 다시금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기자는 유료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온’이 첫 등장했을 때, 그대로 월정액 모델을 똑같이 적용했다. 한 달에 1만 9,800원을 내면 동등한 입장에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모바일게임 과금에 지친 유저들에게는 굉장히 큰 희소식이었고, 그 때 그 게임을 월에 2만 원이 안되는 금액으로 즐길 수 있는 것에 환호했다. MMORPG는 정액제 모델이 정답이라고 외치는 기자이기에 유료화 모델에 박수를 쳤던 것으로 기억한다. 

엔씨소프트에서 또 하나의 ‘클래식’ 게임이 출시를 알렸다. 엔씨소프트 IP 끝판왕 ‘리니지’가 그 주인공이다. ‘리니지 클래식’은 기자 역시, 기대가 크다. ‘리니지’ 마니아로서 정말 그 때 그 감성을 느낄 수 있다면 다시 도전해 보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배경음악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었던 그 때 추억을 다시 만들 수 있을까? 일단,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만 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물론, 그 때 감성을 다시 느끼기 위해서는 정액제가 무조건 보장돼야한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여기에 옛 전우들까지 참전한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오늘은 오래간 만에 ‘리니지’ 전우들에게 연락을 해서, 연남동 그 노포 중식당에서 ‘오향장육’을 먹을 계획이다. 그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면서 그 음식을 먹는다면 처음 오향장육의 맛을 느낄 수 있을까. 그 때 그 추억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리니지 클래식’도 그렇게 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경향게임스=김상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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