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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법칙’ 개발사만의 잘못일까

  • 김상현 편집국장 aaa@khplus.kr
  • 입력 2021.05.3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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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99호 기사]

얼마 전, 2명의 개발사 대표와 차를 한잔 마실 기회가 있었다. 요즘 게임시장 트렌드 등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개발사 대표 중 한명이 후속작에 대한 실패를 이야기하면서 개발자들의 말을 너무 들어준 것이 원인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또 다른 개발사 대표는 그 이야기를 듣더니, 게임업계에서 통용되고 있다는 성공 노하우 ‘7:3 법칙’에 대해 설명했다.

후속작을 만들 때, 무조건 70%는 전작의 시스템을 채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르에 상관없이 전작을 즐겼던 유저들이 불편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으로 보였다. 여기에 그래픽 퀄리티를 높이고 불편했던 U·I정도만 바꾸면 그만, 비즈니스모델(BM)도 전작과 비슷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7:3 법칙’을 뒷받침하는 이론이 하나 더 있다고 말을 이었다. 홀수 성공의 법칙이 바로 그것이다. 첫 작품이 성공하면 그 다음 작품이 실패하고 다시 3번째 작품에서는 성공을 한다는 이론이었다.
전작 개발자들이 후속작을 개발할 때는 무조건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보고 싶어 하는 성향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에 대부분의 후속작들은 전작보다 못하다는 유저들의 평가를 받으며 실패한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를 듣고 있던 다른 개발사 대표 역시, 공감을 하면서 개발자들의 창의성보다는 앞으로는 유저들이 원하는 익숙함을 택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게임을 전작과 똑같게 리뉴얼 중”이라며 “리뉴얼을 진행하면서 유저들이 다시 유입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업은 이익을 창출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두 대표의 공감 포인트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한다. 문제는 그렇다면, 우리나라 게임시장에는 매번 똑같은 게임들이 그래픽만 바꿔져서 나와야만 하는 것일까. 그런데, 시장은 정말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성공한 게임을 그대로 쫓아가면서 약간의 자신만의 특색을 삽입해, 신작이라고 내놓고 있고 유저들은 이런 게임을 ‘욕하면서’ 또 플레이하고 있다.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우리나라 모바일 MMORPG 중에서 ‘리니지M’과 비교했을 때, 자유로운 게임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개발자들의 새로운 도전을 어떤 대표가 좋아하겠는가.

유저들도 플레이 스타일이 바뀌어야 한다. 매번 ‘그 나물에 그 밥’이라며 욕하면서 새로운 시스템을 장착한 게임이 나오면 나와 스타일이 맞지 않는다면서 외면 하고 있으니, 발전이 없을 수 밖에 없다. 물론, 기자의 말에 반론을 제시할 수 있다. 진짜 제대로 선선함을 줄 수 있는 게임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이 부분은 개발자들이 공감하고 수정해야할 부분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쓸 때 없는 말장난은 하고 싶지 않다. 유저와 개발자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 물론, 개발자를 콘트롤하는 대표들 역시, 마인드를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창의적인 도전이 커질수록 리스크도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임 개발과 플레이 스타일을 바꾸기 위해서 가장 첫 번째로 해야 할 것은 BM의 개혁이 아닐까 생각한다.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BM이 계속 이어진다면, 창의력은 줄어들 수 밖에 없고, 유저들은 또 똑같이 불만을 토로할 것이다. 게임 밸런스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개발사 매출을 유지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펍지와 데브시스터즈 등 적지 않은 게임사가 증명을 했다. 실천해야 한다. 언제까지 서로만을 탓할 수 없다. 개발사도 유저도 이제는 진짜 바뀌어야 한다.

 

 

[경향게임스=김상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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