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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정부 게임기업에 세금 30%감면 발표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1.05.11 17:21
  • 수정 2021.05.1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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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는 다년간 게임산업에 부정적 의견을 표출했던 나라다. 과거 국가 내부에 심의 기관을 두고 18세 이상 이용가 게임을 플레이하지 못하도록 규정짓기도 했다. ‘하우스 오브 더 데드’와 같은 게임들이 발매 취소됐고, 온갖 게임들이 굴욕을 맛봤다. 그렇다보니 게이머들이 크게 반발했다. 호주에서 게임을 구매하지 않고 해외 구매를 선택하기도 했고 동시에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호주의 게임 정책을 조롱하는 글들을 남겼다. 덕분에 게이머들사이에서 호주 지역은 농섞인 위로를 보내야 했던 지역 중 하나다.

따지고 보면 호주 국가 입장에서 게임을 막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호주는 관광 도시다. 관광 지출액 세계 1위 국가로 명성이 자자하다.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기반으로 자원을 개발, 전 세계 사람들이 호주를 방문한다. 사람들은 캥거루나 코알라를 기억하고 ‘반지의 제왕’촬영장을 방문한다. 관광지에서 필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 관광객들과 현지인들이 함께 어울려 떠들고 술 한잔 하는 것도 중요한 코스. 그렇다보니 호주 정부 입장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밖으로 나와 떠들고 즐기는 것도 중요한 관광자원이다. 사람들이 집 안에서 여유를 즐기는 게임산업을 배척하는 것도 크게 이상한 선택만은 아닐 것이다.

전통적으로 게임 산업에 반기를 들고 공격하던 호주가 끝내 굴복했다. 끊임 없는 로비스트들의 설득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현지 언론들은 설명한다. 호주 정부 관료들은 11일 게임산업 분야에 연간 50만달러(5억 6천만 원)이상 지출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세금을 감면한다고 밝혔다. 감면 금액은 30%에서 최대 40%에 달한다. 여기에 게임산업 분야에만 약 9억 4천만 달러(1조 525억 원)을 투자. 적극적인 진흥책을 펴겠다고 호주 정부는 선언했다. 

다년간 게임산업을 적대시했던 호주 정부가 갑작스럽게 정책을 바꾼 이유는 코로나19이후로 산업 구도가 크게 변화하면서 나온 해석으로 보인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는 가운데 새로운 성장 동력원은 미미하며, 이를 뒤늦게 찾기 위한 방안으로 게임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해 호주에서 게임시장은 현재 약 34억 달러(3조 8천억 원)규모로, 연간 7%성장세를 기록중이다. 최근 닌텐도 스위치 열풍이 불었고 코로나19 이후로 구매자들이 늘어 올해 폭발적인 성장이 예고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동시에 지난해 호주내 인디게임 개발팀들이 성과를 거두면서 ‘무빙 아웃’과 같은 작품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히트를 기록, 내수 시장의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호주 정부는 이번 세금 감면으로 새로운 개발 스튜디오를 유치하고자 한다. 이미 워게이밍, 게임로프트와 같은 기업들이 호주에 자리잡고 있는 상황. 이 외에도 다양한 개발 스튜디오들이 호주를 향할 것이라고 이들은 전망한다. 여기에 타국에서 게임산업을 영위하는 개발자들이 본국에서 게임을 개발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를 통해 게임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 차세대 성장 동력원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우리 시각으로 보면 늦어도 한참 늦은 전략이지만, 아주 늦은 것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호주 게임업계는 환영한다. 자국 게임시장이 점차 성장하는 가운데 양질의 정책으로 탄력을 받기를 기대한다는 이야기가 줄을 잇는다. 또, 이웃 동네인 뉴질렌드 게임 업계가 인력 유출과 개발사 이전 등을 우려를 표명한다. 국내에서도 이 소식을 관심있게 지켜보는 이들도 있다. 국내 상장사 고위 관계자는 “일종의 브런치 컴퍼니를 세우고 직원 휴양과 시장 공략을 동시에 수행하면 나쁘지 않아 보인다”이라고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또 다른 한 게임사 고위 관계자는 “중국 기업 고위관계자들은  내부 문제로 싱가폴과 같은 지역에 투자해 이중국적을 따고 홀딩 컴퍼니를 세우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재산을)관리 하는 경향이 있다”며 “호주와 같은 국가가 이를 지원하고 세금감면혜택을 제시한다면 게임업계 재벌들의 노후 설계 장소로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주 정부가 게임산업에 긍정적인 표를 던지면서 변화의 물결이 몰아칠 전망이다. 내부 심의 과정도 점차 유연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로서 정부에 의해 핍박받던 호주 게이머들도 자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대를 마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머지 않은 미래에는 호주 게이머들이 우리나라 심의 정책을 비웃고 게이머들에게 위로와 조롱을 보낼지도 모를 일이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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