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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연가] VR산업 ‘찻잔 속 태풍’ 벗어날까

  • 김상현 편집국장 aaa@khplus.kr
  • 입력 2021.03.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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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95호 기사]

지난해 10월 출시한 페이스북에서 개발하고 판매하는 VR(가상현실) HMD(Head Mounted Display, 안경처럼 머리에 쓰고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오큘러스 퀘스트2’에 대한 인기가 올해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누적 300만 개를 돌파했으며, 국내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SKT에 따르면 1차 1만대 완판, 2차, 3차 등 수천 대의 수량이 판매와 동시에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오큘러스 퀘스트2’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편의성이다. 기존 VR관련 HMD의 경우, 이를 구동할 수 있는 컴퓨터(PC)가 있어야 했고 모션센서 등을 설치하고도 연결된 선 때문에 플레이하는데 불편함이 매우 많았다. ‘오큘러스 퀘스트2’의 경우, 무선에 별도의 설치 없이도 간편하게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여기에 가격 경쟁력 또한 뛰어나다. HTC에서 개발하고 유통하고 있는 HMD ‘바이브(VIVE)’의 경우 백여만 원을 호가하는데 비해 ‘오큘러스 퀘스트2’의 경우, 40만 원 대 초반이면 구입이 가능하다.
VR관련 시장은 지난 2013년 오큘러스가 HMD를 개발 2014년도 상용화 버전을 내 놓은 이후, 다양한 기기들이 출시됐다. 그 중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낸 하드웨어를 찾으라고 한다면, 지난 2016년에 출시된 HTC의 바이브(밸브와의 협업이 큰 도움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를 꼽을 수 있다. 룸스케일 기술을 활용해 모션센서 기기를 천장에 달면서 더욱 실감나는 상호작용을 통신하는 가상현실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이를 계기로 다양한 콘텐츠들이 출시됐으며, 관련 산업이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다.

문제는 HDM 가격이 개인이 구매하기에는 비쌌기 때문에 체험형 공간 사업이 주를 이뤘다. VR 테마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너도나도 테마파크, 체험존 등의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결국은 ‘찻잔 속 태풍’을 벗어나지 못했다. 2016년과 2017년 다양한 VR테마파크가 각 지역마다 생겨나거나, 계획됐으나 고객들의 발길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콘텐츠의 부재(코로나19 영향도 적지 않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콘텐츠였다)였다. 처음 한 두 번은 신기해서 VR테마파크 혹은 체험존을 찾았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고객을 계속 유치할 만한 콘텐츠를 제공하지 못하면서 사업은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VR사업이 태생부터 고객 중심이 아닌, BTB(기업 간의 거래)에 초점이 맞춰진 것도 추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워낙 고가의 장비들이 주를 이루면서 개인이 구매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대중화에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오큘러스 퀘스트2’에 기대하는 부분은 대중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공간 제약을 최소화하고 누구나 쉽게 가상현실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VR관련 개발업체들이 이번 만큼은 다르다고 느끼고 있는 눈치다. 스마트폰처럼 기기들이 제대로 보급된다면 콘텐츠 개발로 시장을 폭발 성장 시킬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오큘러스 퀘스트2’의 보급 속도와 스토어 등의 활성화는 분명히 VR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대중화까지는 아직 멀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VR관련 콘텐츠의 퀄리티가 아직까지 너무 낮기 때문이다. 유저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개발인력과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 현재 VR관련 개발사들 모두가 영세하다. 그만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유저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 기자의 판단이다.
모처럼 VR산업에 좋은 소식이 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기회에 따라서 VR산업의 방향성이 결정될 수 있는 만큼, 국내 업체들의 적극적인 투자와 함께 미래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향게임스=김상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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