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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팀 스피릿제로’, “국내 격투게임 시장은 꾸준히 성장 중”

  • 박준수 기자 mill@khplus.kr
  • 입력 2021.02.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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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좀 해봤다는 사람들 중에 파동권과 승룡권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해당 기술이 등장한 격투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가 5편까지 나왔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격투게임 불모지 한국에서 ‘스트리트 파이터4’ 시절부터 온·오프라인 대회를 개최하고 방송으로 중계를 해온 단체가 있다. ‘팀 스피릿제로’가 그 주인공이다.
격투게임 마니아인 백인수 대표는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된 이후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팀 스피릿제로’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마침 시리즈 신작인 ‘스트리트 파이터5’가 발매된 것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이후 ‘팀 스피릿제로’는 지속적인 이벤트 개최와 중계를 통해 팬덤의 신뢰를 쌓았고, 자체 브랜드 대회인 ‘파이터즈 스피릿’은 캡콤 프로투어의 공식 랭킹대회로 승격되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이렇게 업계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팀 스피릿제로’를 만나 그들의 경험과 목표, 격투게임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좌측부터) 팀 스피릿제로 백인수 대표, 강성훈 디렉터(사진=경향게임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A.
‘팀 스피릿제로’에서 중계 진행, 토너먼트 기획을 맡고 있는 ‘머더K’ 강성훈, 대표를 맡고 있는 ‘사울아비스’ 백인수라고 한다. 과거 ‘스트리트 파이터4(이하 스파4)’ 시절에는 총 5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현재는 우리 두 명이서 하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세 명도 팀 운영에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팀 스피릿제로’라는 명칭은 유명 격투게임 ‘사무라이 스피리츠 제로’에서 따왔다. 백인수 대표가 오래 즐겨했던 게임으로 스피릿제로라는 인터넷 도메인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팀명으로 이어졌다. 하는 일은 온·오프라인 게임 이벤트 및 대회를 제작하는 것이다. 기획부터 운영, 제작, 중계까지 전부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취미가 아닌 업으로 시작한 것은 2016년으로 올해 5년차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꾸준하게 격투게임 관련 이벤트나 대회를 개최 및 중계해 왔다.
 

Q. ‘팀 스피릿제로’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시기가 좀 들어맞았던 측면이 있다. 백 대표 같은 경우에는 당시 심근경색을 앓아서 직장생활이 어려운 상황이었고 나(강성훈)는 가게를 하다가 정리한 상황이었다. 이때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의 신작인 ‘스트리트 파이터5(이하 스파5)’가 출시됐고, 기왕 이렇게 된 거 평소 좋아하던 격투게임을 통해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다. 과거 취미생활로 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가지고 ‘스파5’ 출시 이후 본격적으로 업계에 뛰어든 셈이다. 실제로 다른 사업체와의 계약 및 상금 문제 등을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해 사업체 등록까지 했다.

Q. ‘스파5’ 출시 이후 국내 격투게임 시장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A.
‘스파4’에 비하면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다. 가장 큰 원인은 ‘스파5’에서 PC와 콘솔의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콘솔기기 구매에 부정적인 인식이 크고 많은 사람들이 PC로 게임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PC와 콘솔유저들이 서로 매칭이 되자 유저의 풀이 생각 이상으로 많이 확장됐다. 격투게임이 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유저수가 적기 때문인데 크로스 플레이 지원을 통해 게임의 생명력이 엄청나게 길어졌다.

 

▲ 초보자들을 위한 대회 ‘투견’ (출처= 대회 공식 영상)

Q. 인터넷 방송이나 유튜브가 시장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느낌도 든다. 꾸준히 대회를 만들고 방송으로 중계한 입장에서 평가한다면?
A.
동감한다. 유튜브와 인터넷 방송이 활성화되면서 무엇보다 신규 유저 유입이 활발해졌다. 작년 하반기에 ‘투견’이라는 초보자 대회를 두 달 정도 진행했는데 처음 시작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이 참가했다. 방송으로 중계되는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부담이 많은 편인데도 매회 새로운 참가자들이 나와서 많이 놀랐다. 참가자분들에게 물어보면 인터넷 방송이나 유튜브에서 프로게이머나 고수들의 플레이를 보고 시작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현재 우리가 온라인 대회를 중계할 경우 평균적으로 약 4천 명 정도의 인원이 시청하며, 자체 브랜드 대회이자 캡콤 프로투어 아시아 공식 랭킹대회인 ‘파이터즈 스피릿’을 개최했을 때는 약 1만 명 정도의 시청자가 중계를 지켜봤다.

Q. ‘스파5’가 ‘스파4’에 비해서 쉬워졌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존재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A.
게임 자체도 ‘스파5’ 들어오면서 쉬워진 측면이 있다. 물론 프로나 초고수들 사이의 대전에서는 여전히 어려운 테크닉들이 많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스파5’의 난이도가 ‘스파4’에 비해 라이트 유저들에게 희망을 준 것이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스파5’는 초보자들이 게임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늘었고, 이것이 유저 유입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 (좌측) UYU 소속 스파5 프로게이머 'NL' 심건 (제공=팀 스피릿제로) 

Q. ‘스파5’에 들어와 기존 강자 외에 NL, 벨로렌 등 세계 대회에서 활약하는 국내 선수들이 늘어났는데 그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A.
앞에서 이야기했던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본다.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보면 뿌듯하고 기분이 좋긴 하다. 다만 우리가 이런 흐름에 뭔가 크게 기여했다기보다 선수들의 재능과 노력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이 해외에 진출해서 성과를 내면 기분이 좋은 것과 동일한 느낌이고, 그런 선수들이 더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Q. ‘스파5’의 글로벌 인지도는 국내에 비해 어떤 편인가?
A.
국내에 비해 훨씬 크다. 물론 게임의 인지도가 인구에 비례한다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확실히 큰 편이다. 해외는 온라인 환경이 국내만큼 좋지 않다보니 오프라인 커뮤니티 문화를 기반으로 격투게임 시장이 발전했다. 일례로 일본은 지역 아케이드(오락실) 문화가 매우 활성화돼있다. 이렇게 지역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투극’같은 격투게임 대회가 굉장히 오래 지속돼 왔다. 북미 같은 경우도 오프라인 이벤트를 기반으로 많은 대회가 만들어졌고, 그것이 현재 캡콤 프로투어 산하 대회를 구성하는 계기가 됐다. 이렇게 오랜 시간 인지도가 이어져왔기 때문에 세계 최대 격투게임 대회인 ‘EVO’의 ‘스파5’ 결승 같은 경우 20만 명 이상의 동시 시청자수가 나오기도 한다. 유독 국내에서 ‘스파’라는 브랜드 자체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편인데, 과거 ‘스파3 서드 스트라이크’ 당시 명맥이 한번 끊긴 적이 있기 때문이다.

Q. ‘팀 스피릿제로’가 생각하는 격투게임의 매력은 무엇인가?
A.
일단 플레이 시간이 짧고 굵다는 것이다. 다른 장르에 비해 격투게임은 100초라는 짧은 시간안에 정말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또 1:1 대결이다 보니 남 탓할 필요가 없다는 점, 연습을 통해 어려운 콤보나 테크닉을 실전에서 성공했을 때 매우 보람차다는 점도 격투게임의 매력적인 면모다. 보는 측면에서는 무엇보다 직관적이라는 점이 좋다. 격투게임은 관련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도 게임 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대강 알 수 있다. 
 

▲ 2019년 파이터즈 스피릿 현장(제공=팀 스피릿제로)

 

▲ 2019년 파이터즈 스피릿 현장(제공=팀 스피릿제로)

Q. 그동안 진행했던 대회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가 있다면?
A.
2019년에 개최했던 자체 브랜드 대회 ‘파이터즈 스피릿’이다. ‘파이터즈 스피릿’ 같은 대회의 경우 우리끼리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종목사인 캡콤을 비롯해 많은 회사들과 연락을 주고받아야 한다. 오프라인 대회 개최의 경우 최소 3개월 이전부터 미리 준비를 한다. 선수 모집이나 온라인 중계를 위한 준비도 한 달은 걸린다. 해외 오프라인 대회를 보면 1년에 한 번씩 열리는데 사실상 1년간 대회를 준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당시 수익이 줄어들 것을 각오하고 대관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VSG 아레나를 대회 장소로 섭외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격투게임이 마이너한 장르지만 참가하는 선수들이나 대회를 즐기는 팬들까지 안 좋은 이미지로 비춰지는 것이 싫었다. 이 때문에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좋은 곳을 대회 장소로 섭외했고, 대회 자체도 호평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었다.
 

▲ 정기적으로 진행 중인 대회 ‘온라인 워리어’(출처=대회 공식 영상)

Q. 팀 스피릿제로의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A.
초보자들을 위한 대회 ‘투견’, 정기적으로 개최 중인 대회 ‘온라인 워리어’, 해외 대회 중계 등 현재 진행하고 있는 콘텐츠들을 충실하게 운영하면서 다른 콘셉트의 대회를 늘려나가는 것이 목표다. 또 코로나19 여파 때문에 취소된 오프라인 이벤트 및 대회들도 하루빨리 재개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일단 저희 방송을 항상 시청해주시는 팬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재미있는 이벤트를 기획해 시청자분들에게 다양한 재미를 선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또 이 자리를 통해 트위치 코리아 관계자분들에게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사실 우리가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닦게 해준 것이 트위치라는 플랫폼이다. 또 ‘팀 스피릿제로’가 개최하는 거의 모든 이벤트를 트위치 코리아 관계자분들이 꾸준히 도와주셨다. 일례로 우리가 온라인으로 중계했던 캡콤 프로투어나 ‘EVO’ 같은 해외대회의 경우 트위치에서 협상을 통해 중계권을 가져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이벤트를 개최할 때도 장소를 섭외해주거나 필요한 회사를 연결해 주는 경우도 많았다. 항상 감사드리며 많은 분들이 트위치 코리아의 노력을 알아 주셨으면 좋겠다.

 

[경향게임스=박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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