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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펜 공과대학과 우리나라 게임인재 육성

  • 김상현 편집국장 aaa@khplus.kr
  • 입력 2021.01.29 16:13
  • 수정 2021.01.2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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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

한 게임개발사 대표의 하소연이다. 나름 업계에서 인정받으면서 자체 I‧P까지 보유하고 있고, 매출도 매우 안정적인 그는 회사를 꼭 상장(IPO)시키고 싶은 이유에 대해서 인재 고용에 매우 유리할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신입 직원을 뽑아서 교육시키고, 현장에 투입할 시기가 되면, 더 좋은 회사를 찾아서 퇴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에 ‘울며 겨자 먹기’로 검증된 경력 직원을 높은 연봉에 모셔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검증된 경력 직원이 돈만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라 어려움이 많다고 덧붙였다. 

게임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관련 인력들에 대한 수요 역시 높아지고 있다. 좋은 인재들의 경우, 메이저 회사들로 다 빠져나가고, 신입 직원들을 뽑아서 교육시켜서 현장 투입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면서 중소 게임개발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미국의 공과대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미국 워싱턴 주의 레드먼드 시에 위치한 게임개발 교육에 특화된 디지펜 공과대학이 그 주인공이다. 컴퓨터 사이언스와 게임 디자인 관련 학사 프로그램 등을 주축으로 높은 실무 교육으로 유명하다.

세계 최초 4년제 게임 프로그래밍 특화 학사과정을 창설한 이후, 아트, 애니메이션, 머신 러닝, 게임 디자인 등 다양한 학사과정을 운영 중에 있다. 디지펜 공과대학은 1학년부터, 팀을 짜서 4년 내내, 게임을 실제로 개발해 3~4개 프로젝트를 완료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디지펜 공과대학은 IGF(independent game festival, 미국의 게임 미디어 그룹이 주최하는 국제 게임대회)에서 다수의 수상경력을 자랑한다. 밸브에서 개발해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한 ‘포탈’ 시리즈 역시, 디지펜 학생들의 졸업 작품이 시작이었다.

게임개발 실무에 완벽한 교육환경을 자랑하면서 글로벌 게임사들의 러브콜이 매년 이어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 밸브, 유비소프트, 아마존 등의 기업들에서 자사로 학생들을 끌어가기 위해 디지펜을 방문하고 있다.

게임개발에 있어서 대학교육이 나가야할 방향성을 디지펜이 제시했다는 것이 기자의 판단이다. 탄탄한 실무 교육을 바탕으로 실력 있는 인재들을 배출하고 이들은 다시 글로벌 기업에서 자신들의 진가를 발휘하는 완벽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게임개발과 관련된 다양한 교육이 시도되고 있다. 전문 고등학교, 대학, 대학원까지 조금씩 그 파이를 넓혀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업체들은 눈에는 아직 그들의 교육방식이 실무와는 괴리가 있다고 이야기 한다. 교수들만으로 인재를 육성하는데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실무 위주의 교육을 위한 외래 강사 섭외가 좀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개발관련 교육 이외에도 시장 트렌드를 전망할 수 있는 교육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결국은 현직에서 일하고 있는 인물들이 교육의 중심에 서야 한다.

대학이라는 곳이 스킬만을 가르치는 곳은 아니지만, 시대가 원하는 교육이 있다면 선택과 집중을 잘해야 한다는 것이 기자의 판단이다. 얼마 전, SK그룹에서 더 이상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필요한 인원이 있으면 수시로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대학의 간판보다는 특정부서에서 진짜로 필요한 인력을 뽑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게임사 역시, 간판보다는 실력 위주로 인재 채용에 열을 올고 있다. 사회적 분위기 역시, 바뀌고 있는 만큼, 실전에서 필요한 교육과 이를 통한 인재 양성이 필요한 때임은 분명해 보인다.

 

[경향게임스=김상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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