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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손알피오 고경곤 대표 “게이미피케이션, 창의력 밝히는 등불”

게임 리터러시 통한 교육혁신 ‘앞장’

  • 변동휘 기자 ngr@khplus.kr
  • 입력 2019.10.0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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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게이미피케이션’이라는 단어가 전세계적으로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에 대한 반대 논리로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게임이 가진 순기능과 e스포츠 등 다양한 파생산업의 문화적 가치가 부각되면서 그 자체로서 하나의 대주제가 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교육, 마케팅 등지에서 게임을 접목하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VR과 교육을 융합, ‘에듀텍’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바른손알피오 고경곤 대표는 게임을 통해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믿음을 강하게 피력했다. 이미 게임은 젊은 세대의 문화로 자리를 잡았기에, 인간의 경험을 바꿀 기술에 대한 수용도를 높이는 최적의 매개체라는 뜻이다. 코카콜라에서 블리자드 부사장에 이르기까지 게임을 활용해 혁신을 일궈낸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 분야에서도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용해 혁명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각오라 눈길을 끈다.
 

▲ 바른손알피오 고경곤 대표(사진=경향게임스)
▲ 바른손알피오 고경곤 대표(사진=경향게임스)

고 대표는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돌아보며 ‘혁신가의 삶’을 살았다고 자신했다. 사실 그의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내기 위해서는, 지금껏 살아온 이력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코카콜라 코리아와 차이나에서 브랜드 매니저, IMC(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등을 거치며 ‘CokePLAY.com’, ‘iCoke.cn’ 등을 론칭했고, LG전자와 KT 등을 거쳐 국내 게이머들에게 친숙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아시아 태평양 마케팅 부사장을 역임했다. 이 모든 과정 속에 ‘게임’과 ‘기술’에 대한 자신의 통찰이 있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게이머 고경곤’의 성공기
그는 ‘게임 러버’를 자처하는 인물이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를 즐기기 위해 당시로서는 고가였던 노트북을 구매하기도 했고, 50이 넘은 나이에도 ‘와우(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대한 열정을 불태워 만렙 캐릭터 3개를 만들기도 했다. 
게임에 대한 그의 열정은 성공을 만들어내는 열쇠가 됐다. 코카콜라 코리아에 근무하던 시절, 게임을 활용한 마케팅을 선보인 것이다. 그 결과물이 바로 ‘CokePLAY.com’으로, 당시 인기 게임이었던 ‘카트라이더’와의 제휴를 통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게이미피케이션’의 효과를 증명해줄 사례를 이미 2000년대 초반에 만들어낸 것이다.
“코카콜라에서 게임을 활용한 마케팅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무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콘텐츠의 특성에 주목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코카콜라는 판촉활동을 하며 붉은악마 후원 등을 했는데,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었습니다. 그 때 눈에 들어온 것이 게임이었죠.” 
 

▲ 바른손알피오 고경곤 대표(사진=경향게임스)
▲ 바른손알피오 고경곤 대표(사진=경향게임스)

이에 대한 호응은 비단 대중들만의 것이 아니었다. 디지털 시대에 어떤 마케팅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던 차에 새로운 툴이 생겼기 때문에, 사내에서도 그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렸다. 이후 그는 코카콜라 차이나의 스카웃을 받아 현지에서 ‘와우’ 론칭을 함께 했다. 한국과 같은 방식으로 ‘iCoke.cn’을 론칭, 캔에 ‘와우’ 캐릭터를 넣었으며, 가장 큰 음료 판매처가 PC방이라는 점에 착안해 PC방 냉장고에 코카콜라를 가득 채웠다. 
e스포츠의 태동에도 그가 있었다. 방송사에서 일하던 그의 지인이 코카콜라를 찾아와 ‘스타크래프트’ 리그 중계를 해보겠다며 후원을 제안했다. 젊은이들이 게임을 좋아해서 중계를 하면 대박을 칠 것이란 예상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2001년 ‘코카콜라배 스타리그’였다. 
이후 그는 LG전자와 KT 등을 거쳐 2013년 블리자드의 아시아 태평양 마케팅 부사장으로 부임하게 됐다. 중국에서의 ‘와우’ 마케팅 이후 마이크 모하임 전 CEO가 10년동안 꾸준히 그를 찾았었다는 후문이다. 50이 넘은 나이에 각종 대기업들을 뒤로 하고 게임회사로 간다는 점에 대해 가족의 반대도 있었지만, 당시 개발 중이었던 ‘오버워치’가 그의 가슴을 뛰게 했다는 소회다.

먼저, 게임을 알라
블리자드 부사장에 오른 이후의 행보는 더욱 눈길을 끈다. 마이크 모하임 전 CEO의 JTBC 뉴스룸 출연을 추진했으며, ‘오버워치’ 론칭 행사 당시 서병수 부산시장과의 협의를 통해 부산 전역을 ‘오버워치’로 수놓았다. 외부의 인식과 달리 서 전 시장은 부산을 게임도시로 만들고 싶어했으며, 이로 인해 미국에 있는 블리자드 본사까지 방문했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한 ‘게구리’ 김세연 선수의 핵(부정 프로그램) 사용 논란 당시 당사자를 설득해 실력을 증명하도록 했다. 게임사 부사장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게이머이기에 가능했던 의사결정이라는 소회다. 
“게임과 관련된 일을 하려면 게이머여야 합니다. 블리자드가 사랑받는 이유는 게이머들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죠. 마이크 모하임 CEO를 설득해 손석희 사장과 인터뷰를 하도록 하거나, 부산 전체를 ‘오버워치’ 축제로 만든다거나, 한 선수의 진가를 알아보는 것과 같은 일은 게임을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어요. 저는 지금도 게이머입니다.”
 

▲ 바른손알피오 고경곤 대표(사진=경향게임스)
▲ 바른손알피오 고경곤 대표(사진=경향게임스)

고 대표는 이같은 배경들이 교육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모든 이가 똑똑할 필요는 없다’로 대표되는 과학적 관리론으로 움직였던 세계에서 창의력이 중요한 시대가 됐지만, 우리 교육은 여전히 그 시대에 머물러 창의력을 가장 잘 발현시켜주는 게임을 말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기성세대가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는 것은 기본적으로 이들이 게임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는 그의 지적이다. 게임을 못하게 하는 것은 모르기 때문이며, 모든 부정적인 생각은 두려움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먼저 학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게임을 하고, 게임에 대해 알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고 대표의 생각이다. 그가 마이크 모하임 CEO에게 JTBC 뉴스룸 출연을 요청한 이유도 학부모들이 이를 보며 우호적인 생각을 가질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캐나다 출신의 문명 비평가이자 커뮤니케이션 이론가인 마셜 맥루언은 ‘기술의 공격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는 방법은 기술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해외 아이들은 다 게임을 합니다. 스티브 잡스, 마크 주커버그, 엘론 머스크의 공통점은 모두 게이머라는 것입니다. 게임을 많이 하면 창의적인 생각을 하고, 타인과 협력을 하게 됩니다. 얼마나 좋습니까. 기획재정부에서 초청을 받아 참석한 한 콘퍼런스에서 저는 ‘집에 가셔서 ‘배틀그라운드’를 깔고 아이와 함께 플레이해 보라’고 권장했습니다. 아들이 왜 좋아하는지 알게 되고 본인도 스트레스 풀면서 친해져 보라는 것이죠. 신기하게도, 부모가 게임을 하면 아이들은 게임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기술은 경험을 바꾼다
블리자드를 나온 이후 그는 다음 아이템으로 VR(가상현실)을 주목했고, 이를 위해 바른손알피오를 창업했다. ‘알피오(RPO)’라는 회사명은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그가 창업 전 한양대에서 잠시 강단에 섰던 때의 에피소드에서 비롯됐다.
“당시 강의명은 ‘4차산업혁명과 스포츠’로, 스포츠산업학과 학생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저는 기술이 사람들의 경험을 바꾼다고 믿고 있습니다. 우리가 과거와 현재, 미래 스포츠를 즐기는 방식이 기술로 인해 바뀔 것이라고 본 것이죠. 이 변화가 가장 중요한 가치를 만들 것이니, 스포츠를 하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주목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후 실제 사례를 찾아오는 것을 과제로 냈는데, 한 학생이 가상현실 스포츠를 유튜브에서 찾아와 발표했습니다. 눈이 번뜩 뜨이더군요. 이것이 이 사업을 시작한 계기입니다.”
이 시점에서 그는 ‘에듀텍’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고, 가상현실 기술을 통해 몰입형 스포츠 및 교육을 제공하는 장비 ‘루’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스포츠와 게이미피케이션, 기존 교과목 교육과정을 결합해 아이들의 두뇌발달과 협동심을 기르게 하며, 기존의 정적이고 수동적인 학습 방식을 능동적인 방향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 바른손알피오 고경곤 대표(사진=경향게임스)

특히, ‘루’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아이들은 게임을 하고 있지만,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포함하고 있어 학습 효과가 크기에 학부모들이 적극 권장한다는 것이다. 교육 장면에서의 게이미피케이션이 중요한 이유이다.
“게이미피케이션은 모르기 때문에 갖는 두려움을 이겨내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루’가 그런 면에서 반응이 좋습니다. 보통 학부모들은 게임 때문에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데, ‘루’의 경우 엄마들이 직접 아이를 데려와 플레이하도록 합니다. 아이들은 재밌게 게임을 하고 있으니 좋아하고, 학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운동과 수학, 영어를 하니 좋아합니다. 이게 게이미피케이션입니다. 아이는 여전히 즐겁고 몰입할 수 있고, 엄마의 눈에는 교육이 되는 것이죠.”

게임을 통한 ‘기회의 평등’
그가 에듀텍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기회의 평등’이다. 가상현실 기술이 균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인쇄술의 발달이 지식을 보편화한 것처럼, 가상현실은 다양한 격차를 막론하고 평등한 경험을 준다는 그의 생각이다. 
특히 고 대표는 VR 기기나 태블릿PC 같은 최첨단 스마트 장비들을 아이들에게 적극적으로 권장해 다양한 경험을 심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스티브 잡스는 20년 전 회사가 어려웠던 시절에도 자사의 매킨토시 컴퓨터를 학교에 기증했습니다. 당시 이 컴퓨터를 사용했던 학생들이 지금 미국의 힘이 됐습니다. 그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오늘날 미국을 강한 나라로 우뚝 서게 한 것이죠. 하지만 우리나라의 교육은 그렇지 못합니다. 아이가 똑똑하길 원한다면, 태블릿 등을 사주고 마음껏 쓰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티브 잡스는 그걸 20년 전에 실천에 옮긴 것이에요.”
 

▲ 바른손알피오 고경곤 대표(사진=경향게임스)
▲ 바른손알피오 고경곤 대표(사진=경향게임스)

특히 그는 국내 게임사들이 이같은 기부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성세대가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는 데 대해서는 게임사들의 잘못도 크며, 이를 만회하는 차원을 넘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스타크래프트’가 유행할 당시엔 사람들이 게임을 좋아해 공군에 게임단(공군 에이스)도 생겼을 정도였습니다. 인식이 나빠진 건 유료 아이템 판매가 활성화된 시점부터에요. 우호적이고 삶에 도움이 되는 게임을 만들기 보다는, 아이템을 팔기 위해 ‘페이 투 윈’ 등을 조장하고 가능한 많은 과금을 유도했습니다. 그렇기에 학부모들이 생각하기에 당연히 좋지 않은 것이죠. 지금 시장은 13조 원 규모 정도로 많이 성장했지만, 너무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기에 당분간 과거의 위상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질병코드 등재로 인해 인재 영입도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과거 ‘리니지’를 만든 그 세대들의 창의력이 나오기까진 10년 정도가 걸릴 것입니다. 다만 정보화 세대들이 창의력 있는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면 다시 기회가 생길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나 넥슨 김정주 회장 등 한국 게임업계 리더들은 스티브잡스가 한 것처럼 청소년들의 창의력 증진을 위해 적극적으로 기부활동에 나서야 합니다. 교육 기회의 평등을 게임사들이 앞장서서 실현하자는 뜻이죠. 미국의 교육학자 존 듀이는 ‘과거의 방식으로 지금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아이들의 미래를 빼앗는 일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요즘 많이 실감하고 있는 격언입니다.”

[경향게임스=변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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